
비만, 당뇨병 등과 관련된 대사이상관련지방간염(MASH) 신약개발에 국내 제약사들이 도전하고 있다. MASH 치료제 글로벌 시장은 경쟁 제품이 극소수인 블루오션으로 국내 기업들이 신속히 진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MASH는 그간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큰 분야로 남아 있었다. MASH는 음주와 상관없이 비만, 당뇨병 등과 관련된 대사 기능 장애로 간에 지방이 쌓이고 염증과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성분명 레스메티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고, 올해 8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MASH 적응증을 확대 승인받았다. 아직까지 환자들의 선택지가 제한적인 만큼 신약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디앤디파마텍,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이 MASH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과 한미약품은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유한양행은 1상 단계에 있다. 또한 동아ST는 미국에서 자회사 메타비아를 통해 MASH 신약을 2상 단계에서 개발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MASH 신약 후보물질 DD01에 대한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6월 임상 2상 12주 차 분석 결과에서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방간 감소 효과를 확인한 결과를 공개했다. DD01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및 글루카곤(GCG) 수용체의 이중 작용 기전으로, 경쟁 약물인 베링거인겔하임의 ‘서보듀타이드’가 48주 투여 시 보였던 지방간 감소율과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12주 만에 달성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연내 전체 환자에 대한 48주 투약을 모두 종료하고, 내년 5월경 MASH 치료제 허가의 핵심 지표인 조직생검 기반의 섬유화 개선 효과를 포함한 탑라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의 ‘2025 국가신약개발사업 우수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유한양행은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약 1조 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가 올해 3월 반환된 YH25724를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다. YH25724는 유한양행 중앙연구소가 자체개발한 물질로, GLP-1과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21를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작용제 기전이다.
YH25724는 유한양행이 실시한 전임상시험에서 간에 지방이 쌓인 지방간과 간 조직이 굳어지는 섬유화를 함께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어 기술수출 이후에는 2023년 유럽 1상, 2024년 미국과 일본에서 1상을 마친 바 있다. MASH 치료제를 비롯해 대사질환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할 가능성도 있어 잠재력이 큰 후보물질로 평가되는 만큼, 유한양행은 파이프라인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미국 머크(MSD)에 기술수출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와 글로벌 2상을 진행 중인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 등 2종의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GLP-1과 GCG 수용체 이중 작용제로 미국 존슨앤드존슨에 2015년 기술수출됐다가 2019년 반환된 이후 재수출에 성공한 물질이다. 임상 2b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2026년도 초 탑라인 데이터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GLP-1·위 억제 펩타이드(GIP)·GCG 삼중작용제 기전으로, 한미약품이 주 1회 투여 제형으로 MASH와 특발성폐섬유증 적응증으로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은 전임상에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를 반복투약할 경우 간 조직에서 염증과 섬유화가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한 바 있으며, 현재 임상 2b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발성 폐섬유증(IPF),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PSC) 치료를 위한 FDA 및 유럽 의약품청(EMA)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된 바 있다.
동아ST는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 통해 ‘바노글리펠’을 개발하고 있다. 혈당과 GLP-1 호르몬 분비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GPR119’에 작용하는 기전으로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경구용 신약을 목표로 한다. 메타비아는 올해 5월 유럽간학회(EASL Congress 2025)과 11월 미국간학회(AASLD)에서 간 손상 지표(ALT) 감소 효과와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가 확인된 2a상 데이터를 각각 발표했다.
국내외 MASH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치료제 시장도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MASH 환자 수는 약 1억200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질환 용어 정립과 진단율 상승에 따라 환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에 따르면, 전 세계 MASH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1억8000만 달러(약 2590억 원)에서 2030년까지 약 92억6000만 달러(약 13조3224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