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에도…은행권, 연말 배당·기업대출 ‘이중 압박’

입력 2025-12-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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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 RWA 1449조…3개월 새 32조 증가
배당·자사주 재원 줄어…CET1 13% '여유폭' 축소
ELS·LTV 과징금 변수…반영 시 RWA 추가 확대

외환 당국의 강력한 시장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30원 넘게 급락했지만, 금융권의 자본비율 관리 부담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환율 국면에서 이미 불어난 위험가중자산(RWA)이 연말 배당과 내년 기업대출 확대 여력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어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RWA은 1449조309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말 대비 32조2082억 원(2.3%) 늘어난 규모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웃도는 고환율 국면이 장기간 이어지며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난 영향이다.

RWA가 늘어나면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하락 압력을 받는다. 금융권에서는 통상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 비율이 약 1~3bp(0.01%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본다. 최근까지 이어졌던 1470~1480원대 고환율은 은행권 자본비율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장 종가 대비 37.90원 급락한 1445.70원에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1449.80원)와 비교해도 4.10원 추가 하락했다. 야간거래까지 포함한 원·달러 하루 낙폭은 지난 4월 4일의 32.90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번 급락은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과 실개입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연말 연휴를 앞두고 거래가 얇아진 상황에서 기습적인 개입이 하방 압력을 키웠다는 평가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추세 전환이라기보다 ‘레벨 조정’에 가깝게 보고 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1400원 초중반 수준까지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후 중장기적인 환율 흐름은 대외 여건과 경기 펀더멘털 요인 등을 반영하며 방향성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환율이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더라도, 고환율 국면에서 이미 불어난 RWA가 자본비율에 미치는 부담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연말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에도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주요 금융지주는 통상 CET1 13% 초과분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해 왔지만, RWA 확대는 여유 폭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생산적 금융’ 확대 역시 부담이다. 중소·중견기업, 신산업, 수출·인프라 금융 등은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으로 분류돼 RWA를 키우는 구조다. 고환율로 자본 여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기업대출까지 늘리면 CET1 관리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여기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 등 조 단위 과징금 가능성까지 겹치면 자본비율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과징금이 확정되면 일회성 비용으로 당기순이익에 반영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금액의 최대 6배를 운영리스크로 추가 인식해 RWA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CET1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은 자본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이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하더라도 국내 금융지주들은 규제비율과 내부 목표치 사이에 일정 수준의 자본 버퍼를 확보하고 있어 CET1이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생산적 금융 확대에 대해서도 RWA 관리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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