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읽다 보니, 경제]

입력 2025-1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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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교보문고)
(사진제공=교보문고)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을 때 그가 어떤 생각을 지녔는지보다 나이와 연봉을 먼저 묻는다. 생텍쥐페리 작가는 '어린 왕자'에서 이런 어른들의 모습을 정확히 짚어냈다. 존재의 의미와 관계의 깊이는 뒤로 밀리고 효율과 수치가 인간을 설명하는 기준이 된 사회는, 숫자로 세상을 재단하는 지금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은 정말 쓸모없는 것일까.

어린 왕자의 모험

비행기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는 소행성 B612호에서 온 신비로운 소년, 어린 왕자를 만난다. 어린 왕자는 자신이 정성껏 돌보던 장미꽃의 투정에 상처를 받고 홀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여러 행성을 돌며 숫자에 집착하거나 권위에 매달린 어른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삶의 공허함을 목격한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지구에서 여우를 만난 왕자는 '길들임'을 통해 관계의 의미를 배우고,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책임져야 할 단 하나의 장미가 있는 고향 별로 돌아가기 위해 슬프지만 아름다운 선택을 한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것

어린왕자가 여행 중 만난 별의 개수에 집착하는 사업가는 소유에 대한 전형적인 착각을 보여준다. 그는 자산의 규모에는 몰두하지만 그 자산이 주는 기쁨과 효용은 누리지 못한다. 이는 풍요 속에서도 허기를 느끼는 현대 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다.

또한 지구에 수천 송이의 장미가 있음에도 왕자의 장미가 특별한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 아니다. 그 꽃에 들인 시간과 정성 때문이다. 이는 가격과 가치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가치는 숫자가 아니라 경험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소설에 등장하는 '목마름을 없애는 알약' 역시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극단적인 효율성은 시간을 절약해 주지만, 그 대가로 걷고, 기다리고, 느끼는 것의 가치와 즐거움을 잃게 만든다.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언제나 인간적으로 풍요로운 선택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

경제학은 희소한 자원을 가지고 인간의 무한한 욕구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충족시킬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우리가 정말 아껴야 할 자원이 돈과 시간이 맞는지 묻는다. 어쩌면 가장 소중한 자원은 숫자로 셀 수 없는 마음과 관계일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여우의 이 한마디는 숫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경제관을 상징한다. 오늘 하루, 통장 잔고 대신 내가 마음을 들여 길들인 존재들을 떠올려 본다면 부유함의 기준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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