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났는데 아쉽다”, “광고까지 웃기다”, “이게 시상식이지.”
유튜브 콘텐츠로 시작한 ‘핑계고’의 연말 시상식이 또 한 번 기록을 남겼다. 21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뜬뜬의 ‘제3회 핑계고 시상식’은 총 러닝타임 2시간 33분. 짧고 강한 영상이 주류가 된 플랫폼 환경에서는 부담스러울 법한 길이였지만, 반응은 정반대였다. 공개 이후 조회수는 빠르게 상승해 23일 오후 2시 현재 590만 회를 넘겼고 댓글 수 역시 2만 개를 돌파했다.

이번 시상식은 MC 유재석을 중심으로, 2024~2025년 한 해 동안 ‘핑계고’에 출연했던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배우 황정민, 이성민, 송승헌, 한지민, 이동욱, 윤경호를 비롯해 방송인 지석진, 송은이, 김영철, 허경환, 가수 화사, 우즈, 페퍼톤스까지 장르와 세대를 가리지 않는 라인업이 등장했다.
형식은 시상식이었지만 분위기는 ‘모임’에 가까웠다. 근황을 묻고, 농담을 주고받고, 상을 받지 못해도 서운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게 뭐라고 떨리냐”는 말이 나올 만큼 긴장감보다는 편안함이 앞섰다. 시청자 역시 이 분위기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보는 사람도 같이 앉아 있는 느낌”, “지상파 시상식보다 편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날 대상의 주인공은 지석진이었다. 온라인 계원 투표에서 약 9만7000표 중 6만2000여 표를 얻으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유재석은 “지난 1년간 세 번 이상 출연하며 핑계고의 위상을 키운 인물에게 주는 상”이라고 기준을 설명했다.
수상 직전 지석진은 “진짜 여기까지 오니까 받고 싶다. 올해 아니면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며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고, 실제 호명되자 동료들의 헹가래 속에 무대에 올랐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대상”이라는 말에 하하는 “눈물 난다”고 했고, 송은이는 “내 동기 축하해”라며 진심을 보탰다.
지석진은 “버티고 버티다 보면 이런 날이 온다는 말이 진심이라는 걸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고, 마지막에는 유재석을 향해 “금 안 주냐”고 농담을 던지며 특유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유재석은 “뭉클한 말 하려는 줄 알았다”고 받아치며 웃음을 더했다.

신인상은 배우 윤경호에게 돌아갔다. 윤경호는 시상식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긴 후기를 남겼다. 그는 “‘핑계고’를 통해 말 많은 제 모습을 많은 분이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봐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를 만큼 감사했다”며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주신 계원들, 심사위원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또 “참석만으로도 설렜던 시상식이었다”며 제작진과 동료들, 가족에게까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짧은 수상 소감으로 끝나는 일반 시상식과 달리, 시상식 이후까지 이어진 ‘후기’는 핑계고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커뮤니티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시상식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화사의 축하 무대였다. ‘굿 굿바이(Good Goodbye)’ 무대 도중 화사가 신발을 벗어 윤경호에게 건네는 즉흥 연출이 나오자 현장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유재석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예상치 못한 장면에 웃음을 터뜨렸고 무대를 마친 윤경호는 “정말 영광이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장 큰 환호가 나온 장면은 럭키드로우 코너였다. 아라찐빵, 송이버섯, 아우가르텐 커피잔 세트를 두고 번호가 불릴 때마다 의자를 들고 뛰어나오는 장면이 연달아 터졌고 송승헌이 번호가 붙은 의자를 들고 기뻐하는 모습은 댓글창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장면 중 하나였다. 김영철 또한 “정말 갖고 싶었다”며 의자를 들고 소리를 질러 폭소를 자아냈다.

이번 핑계고 시상식이 남긴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하나다. 길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시청자들은 “짧아서 아쉬운 콘텐츠”보다 “길지만 몰입되는 콘텐츠”를 선택했다.
광고(PPL)조차 숨기지 않았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화면 내내 등장한 브랜드와 샌드위치 먹방은 되레 웃음 요소로 소비됐고, “광고도 콘텐츠가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날 열린 지상파 연말 시상식들이 다소 무거운 평가를 받은 것과 대비되며, 핑계고 시상식은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