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사회탐구 2과목을 치르고 자연계 학과에 지원한 수험생이 전년 대비 4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정시 지원 구조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진학사가 사탐 응시자의 자연계 지원이 가능한 서울권 대학 13곳을 분석한 결과, 자연계열에 지원한 수험생 가운데 수능에서 사탐만 2과목을 응시한 수험생 비율은 15.9%로 집계됐다. 지난해(3.7%) 비교하면 12.2%포인트(p) 급증한 수치다. 사탐과 과탐을 함께 응시한 수험생까지 포함하면 전년도 9.6%에서 올해 40.3%까지 늘었다.
사탐 2과목을 응시하고 자연계열에 지원한 수험생의 비율은 홍익대가 0%에서 26.4%로, 서울시립대가 1.5%에서 20.5%로 급증했다. 올해 사탐 응시자에게 자연계열의 문호를 새롭게 개방한 대학에 지원이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사탐 과목을 선택한 자연계 성향 수험생들이 본래 희망했던 자연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패턴으로 풀이된다. 전통적 의미의 교차지원이라기보다 전략적으로 탐구 선택을 바꾸되 지원 계열은 유지한 ‘우회적 회귀’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반면 과탐을 1과목 이상 응시하고 인문계열에 지원한 수험생 비율은 서울 주요 대학 15곳 기준 20.5%로 집계됐다. 전년 30.8%에서 10.3%p 감소한 수치다. 다만 이 수치는 사탐런 후 인문계열로 지원한 자연계 성향 학생을 포함하지 않은 결과다.
이와 관련 진학사는 “이과생의 인문계열 지원 자체가 줄어들기보다는, 지원 형태만 ‘과탐→인문’에서 ‘사탐→인문’으로 전환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실제 자연계 성향 학생들의 인문계열 지원 감소 폭은 통계상 수치보다 작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 결과는 교차지원의 방향과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과탐을 응시한 자연계 학생이 인문계 학과로 이동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올해는 사탐을 선택한 자연계 성향 학생이 사탐 응시를 허용한 자연계 학과로 지원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탐구 과목 선택이 단순한 시험 전략을 넘어 지원 가능한 계열과 대학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정시 지원에서는 계열 구분보다 탐구 허용 구조와 대학별 반영 방식을 함께 고려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