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부서 커지는 ‘위안화 절상론’⋯“지속 약세 시 성장에 걸림돌”

입력 2025-12-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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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전직 인민은행 인사들 공개 촉구
수출 의존 경제 구조 탈피 방안으로 제시
골드만 “위안화, 펀더멘털 대비 25% 저평가”
완만한 강세 전망 속 급격한 절상은 경계

▲위안화  (게티이미지뱅크)
▲위안화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위해 유지해온 위안화 약세 정책이 내부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위안화의 지속적인 저평가가 소비 부진과 무역 불균형, 국제적 마찰을 키우며 결과적으로 국가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중국 유력 경제학자들과 전직 인민은행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상하이 역내 외환시장에서 위안ㆍ달러 환율은 7.05위안으로 마감했다. 위안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올 들어 4% 가까이 올랐다. 다만 이는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와 미·중 경쟁 심화에 따른 외국인 투자 축소 영향으로 지난해까지 3년간 13% 절하된 것에 대한 기저효과다. 위안화 가치는 유로화 대비 9% 떨어지는 등 주요 통화 대부분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는 “위안화는 지난 10년 동안 상당 기간 약세 추세를 보여왔다”면서 “실제 가치보다 의도적으로 절하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위안화가 경제 펀더멘털 대비 약 25% 저평가돼 있다고 추산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물가를 반영한 중국의 실질실효환율이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평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위안화 강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류스진은 이달 베이징 연설에서 “향후 5년 동안 중국의 대외무역 전략은 중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수입과 수출 간의 기본적인 균형을 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위안화의 합리적인 절상은 해외 구매력을 높이고 소비를 촉진하는 동시에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인민은행 통계·분석국장을 지낸 성쑹청은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콘퍼런스 연설에서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 보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1대 7일 리가 없다. 1대 5, 심지어 1대 4일 수도 있다”며 “이는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으며 추가 절상 여지가 크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에서 환율 관리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는 주목할 만한 일이다. 중국에서는 정책 결정 과정이 일반적으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미 외교협의회(CFR) 선임연구원이자 전 미 재무부 관료인 브래드 세처는 “중국의 약위안 정책을 계속 유지하는 데 따른 비용과 편익을 둘러싼 내부 논쟁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가 중요하다”며 “약한 위안화는 중국 소비자와 전체 경제에 실질적인 비용을 초래한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정책 당국은 지난주 위안화를 “합리적 균형 수준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위안화의 광범위한 약세는 수출 급증으로 이어졌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연간 상품 무역 흑자는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471조 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는 부진한 소비와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내수보다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구조적 불균형을 드러냈다.

동시에 이러한 중국의 과잉 공급 문제는 국제사회에서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의 무역흑자를 “지속 불가능하다”고 평가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위안화 절하가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는 무역수지 불균형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승인했다.

이러한 논의가 퍼지는 것은 중국 당국이 통화가치 상승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얼마나 강세를 보여야 하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사모펀드 PAG의 회장인 산웨이젠은 지난달 28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5년간 50% 절상이 고품질 성장 전환을 가속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단대 경제학부 학장 장쥔은 11월 23일 상하이 포럼 연설에서 “중장기적으로 10~30%의 통화 절상을 허용하는 방안이 무역흑자를 줄이고 서비스 등 비무역 산업의 가치를 높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현재까지의 전망은 대부분 완만한 강세에 그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위안화가 12개월 내 달러당 6.85위안까지 가치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고 도이치방크는 내년 말 6.70위안, 모건스탠리는 7.05위안 수준을 각각 예상했다.

급격한 위안화 가치 상승을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엔화가 급격히 절상되며 자산 버블과 금융 불안을 초래했던 사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던컨 리글리는 “중국 당국은 수출을 우려해 통제된 방식으로 위안화 강세를 추진할 것”이라며 “대폭 절상은 선택지에 없다. 정책 결정자들은 플라자 합의와 그 이후 일본의 자산 버블 붕괴를 중국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해야 할 경고 사례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과 소비를 실질적으로 안정시키는 조치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위안화 강세가 수출 성장 둔화를 초래해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온다. 노무라홀딩스의 루팅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위안화 절상을 활용하는 것은 중국에 최선의 전략이 아닐 수 있다”며 “대신 디플레이션을 해소함으로써 실질 위안화 환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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