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에도 주별 적용 차이로 허점 노출
현지에 400만 정 총기 있는 것으로 추정
증오사회로의 변모가 근본적 위협이라는 지적

호주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며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현지에서 시행하고 있는 엄격한 총기 규제법은 물론 ‘안전국가’ 호주의 신화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타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두 남성이 시드니 근처 본다이 해변에서 열린 유대교 명절 하누카 행사장에서 유대인을 겨냥해 총기를 난사해 최소 16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부자 관계인 용의자 중 50세 아버지 사지드 아크람은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사살됐고, 24세인 아들 나비드 아크람은 총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호주는 약 3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효과적인 총기 규제 법률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아왔다. 1996년 35명의 인명 피해를 낸 포트 아서 학살사건 이후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호주는 총기 반납 프로그램과 면허, 보관, 개인 소유 총기 종류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둔 개혁안을 실시했고, 이는 호주인들에게 ‘안전국가 호주’라는 자부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규제법은 수년간 더욱 정교해지고 확대됐다고 타임은 부연 설명했다.
호주인들은 자신들의 가정, 학교, 쇼핑몰, 해변 등지에서 총기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살아왔지만,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이 그러한 기대와 환상을 완벽하게 부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디언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호주 내부에서는 이미 위기의 불씨가 커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호주 내 총기 수는 포트 아서 사건 이후 급감했지만, 이후 다시 늘어나 현재 약 400만 정의 총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01년에 기록했던 200만 정의 2배에 달한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은 합법적인 총기 소유 권한을 통해 6정의 총기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엄격한 소유 제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만 먹으면 총기를 쉽게 가질 수 있었던 셈이다.
1996년 개정된 법안 역시 막강한 지지와는 별개로 일부 요소가 완벽히 적용되지 않았던 것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다. 대체로 더욱 엄격해지긴 했지만, 주마다 서로 약간 다른 법률이 시행 중이었고 규제 역시 일관성 없이 시행돼 법망에 틈이 있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 호주 사회가 증오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용의자들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계적인 축제가 열리는 해변을 범죄 장소로 삼은 것은 전형적인 증오 범죄의 패턴으로 분석된다.
타임은 ‘주인만큼 남도 소중하다’라는 말로 대표되는 ‘출신이나 재산이 사회에서 누군가를 대하는 방식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호주 사회의 평등 정신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안전국가를 꿈꾸는 호주의 노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