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어에서 케어로 진화…규제에 묶인 보험사 혁신 [요양‧돌봄 규제의 덫]

입력 2025-1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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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12-14 18:16)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토지·건물 ‘소유 의무’에 막힌 요양시설…보험사 진입비용 부담
의료법 장벽에 헬스케어 결합 난항…상담·연계도 규제 리스크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요양·돌봄 수요가 급증하면서 보험사가 시니어 케어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의료 중심의 ‘치료(cure)’에서 일상 관리와 사후 돌봄을 아우르는 ‘케어(care)’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보험업은 생애주기 전반을 포괄하는 토탈 케어 주체로 역할 확장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업 현장에서는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골든라이프케어), 신한라이프(신한라이프케어), 삼성생명(삼성노블라이프) 등이 요양시설 및 시니어타운을 운영 중이다. 하나생명은 자회사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를 설립해 주간보호시설 설립을 준비하고 있고, ABL생명보험과 동양생명을 인수한 우리금융도 관련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이다.

보험은 질병·사고 이후의 보장에 그치지 않고 예방, 관리, 사후 돌봄까지 연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산업이다. 고령층의 의료·요양·주거·간병 비용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을 수 있고, 장기 고객 락인(lock-in) 효과도 크다. 요양·돌봄 인프라 부족을 민간이 보완해야 한다는 정책적 요구가 반복되는 배경에서도 보험사의 참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보험사들은 요양·시니어케어를 미래 전략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역할 확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보험사 자회사가 요양시설 운영, 헬스케어 서비스, 시니어 푸드 제조·유통 등 관련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요양시설 진출 활성화를 위해 토지 용도 제한 등으로 불가피하게 요양 이외의 업무를 하는 경우도 허용하고, 노인복지시설(실버주택)의 위탁 운영만 전문적으로 하는 자회사 허용도 과제로 제시됐다.

이후 올해 10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보험사 자회사의 장기임대주택 운영 등 일부 신규 업무는 제도적으로 허용됐다. 자회사 진출의 법적 틀은 마련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요양시설 운영과 헬스케어 결합 서비스처럼 핵심 영역에서는 아직까지 체감할 만한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요양시설에 대한 토지·건물 소유 규제다. 현행법에서는 30인 이상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려면 관련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보험사처럼 규모가 큰 사업자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사업 초기 큰 투자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적당한 부지를 찾는 것도 어렵지만, 토지·건물을 임대해 운영할 수 없는 것도 어려움"이라며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시설의 경우 임차 운영이 가능하지만, 보험사들이 진입하는 영역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장기요양보험의 급여 구조도 고급·전문화형 서비스 확산을 막는다. 현행 제도에서 비급여 항목은 식재료비, 이·미용비, 상급침실료 등으로 제한돼 있다. 장기요양 급여는 정해진 급여비용 체계에 따라 지급돼, 시설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범위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한 장기요양 급여비용에 의해 제한된다. 개인 맞춤 케어, 헬스케어 기기, 생활 편의 서비스에 대해 별도 요금을 받기 어렵다. 민간 시설도 중저가 표준 패키지에 머무르기 쉬운 구조다.

헬스케어 서비스 확장에는 의료법 장벽도 존재한다. 보험회사의 헬스케어는 비의료기관이 수행하는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범위 안에서만 허용된다.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에 대한 소개·알선·유인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있고 간호사-고객 간 1:1 상담은 의사 진단 영역에 포함될 수 있어 규제 리스크가 따른다.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문제도 여전히 걸림돌로 남는다. 의료법 개정안이 이달 2일 국회를 통과하며 비대면진료는 정식 제도로 전환됐지만, 초진·지역 제한과 플랫폼 신고·인증 의무 등 새로운 제약이 동시에 도입됐다. 약 배송 역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매우 제한적인 허용 수준에 머물러 있어 비대면 기반의 ‘돌봄 연계 서비스’를 구현하기에는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보험사의 헬스케어 사업을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손보고 있다. 미국은 의료기관의 영리성을 인정해 보험회사와 연계한 원격진료·처방이 자유롭다. 독일은 디지털 건강 애플리케이션(DiGA)을 법정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했다. 중국은 보험사가 온라인 의료서비스, 약국, 오프라인 병원을 아우르는 일괄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양·돌봄 인프라 부족을 보험사가 보완하라는 정책 메시지는 많지만, 의료·돌봄 결합 서비스는 규제 리스크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초고령사회에서 ‘큐어에서 케어로’ 전환을 현실로 만들려면 의료법, 장기요양 제도와 금융규제를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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