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산 AI 반도체 공식 조달 목록에 첫 포함…기술 자립자강 가속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묘사한 모형 뒤로 중국 국기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공식 조달 목록에 포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0 대중국 수출을 조건부 허용한 가운데, 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최근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중국 기업들의 AI 프로세서를 정부 승인 공급업체 목록에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공 부문에서 국내 반도체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현지 반도체 업체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규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정부의 새로운 조달 목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여러 정부 기관과 국영 기업들은 이미 지침 문서를 수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공공 부문에 국산 기술 사용을 장려해왔지만, 서면으로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T 분야 조달 목록은 매년 수십억 달러를 IT 제품 조달에 지출하는 정부 기관, 공공 기관 및 국영 기업을 위한 지침 역할을 한다. 이 목록은 미국의 수출 통제에 대응해 중국의 외국 제품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 몇 년간 미국 제품 대체용 국산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운영체제가 목록에 추가됐고, 이로 인해 정부 기관·학교·병원 등 중국 공공 기관과 국영 기업에서 외국 기술 제품이 점차 퇴출되고 있다.

FT는 “이번 조치는 지난 몇 년간 중국 정부가 해당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 추진해 온 노력의 결과”라며 “국산 AI 칩이 미국산 칩을 대체할 수 있는 성능 수준에 도달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판매를 조건부 허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왔다. H200은 AI 반도체 최첨단 제품으로 기존에 수출이 허용된 ‘H20’보다 고성능이지만, 현재 주력 제품인 ‘블랙웰’ 시리즈보다 한 세대 이전 제품군에 속한다. FT는 중국 당국이 자국의 기술 자립을 추진하기 위해 특정 기업에 대해 H200 칩 접근을 제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