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조진웅 ‘파묘’의 사회적 비용

입력 2025-1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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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정책전문기자ㆍ정책학 박사

한국기자협회는 2022년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을 제정했다. 권고기준 원고 작성자인 필자는 정기적으로 사건기자와 아동학대 상담원들에게 권고기준 적용사례를 주제로 발표·교육을 진행한다.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아동학대 행위자 신상정보 보호다. 일각에선 ‘정의 구현’을 명분으로 사적제재를 정당화하지만, 대개 사적제재는 정의롭지 않은 결과를 낸다.

사적제재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갱생 거부다.

아동학대 행위자의 절대다수는 부모이며,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무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방임·방치되거나, ‘훈육’을 내세운 폭언·폭력이 당연한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낸 이들에게는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잘못된 양육관이 심길 수 있다. 그 양육관의 이행이 아동학대다. 부모로서 미성숙한 이들에게 필요한 건 적절한 교육과 지원이다. 행위자가 본인의 양육관이 잘못됐음을 인지한다면 그 자체가 갱생이다. 그런데, 행위자의 신상정보가 유출돼 행위자가 범죄자로 매도되거나 지역사회에서 과도한 비난을 받는다면 행위자는 교육과 갱생을 거부한다. 부모가 갱생을 거부하면 이는 재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피해 아동에게 두 길만 남는다. 원가정에 복귀해 다시 학대를 당하거나,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와 분리되거나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5조 2항이 아동학대 행위자를 포함한 관련자의 인적사항 보도를 금지하는 데도 이런 배경이 있다.

‘소년법’도 이런 측면에서 살핀다면 소년범에게 사법처분 대신 보호처분을 내리고, 보호처분 기록을 한시적으로 보존하는 건 인간으로서 미성숙한 이들에게 갱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갱생한 이들을 ‘소년범이었던 과거’와 단절하는 것이다. 배우 조진웅의 은퇴로 논란이 된 보호처분 ‘파묘’는 ‘과거 소년범’을 갱생한 현재에 덧씌운다. 그 결과로 갱생이 무의미해진다. 이런 파묘가 ‘정의 구현’으로 여겨져 무분별하게 행해지면, 과거 소년범들은 스스로 과거를 끊어내고 갱생하고자 노력할 동기를 잃을 것이다. 그 결과는 갱생 포기와 재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 뭘 해도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면, 인정받지 못할 노력을 하는 것보다 실제 범죄자로 사는 게 덜 억울할 것이다. 특히 많은 형사 연구에 따르면, 범죄·수감을 반복해서 경험한 소년범은 흉악범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보호처분 파묘는 소년범의 흉악범 진화, 나아가 불특정 다수의 추가 강력범죄 피해자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갱생의 효과는 입증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일반 출소자의 23~25%는 3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들어오는데,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허그 일자리 지원사업’을 통해 취업한 출소자의 3년 이내 재범률은 0%대에 불과하다. 갱생 기회는 강력한 범죄 억제 수단이다.

개인적으로 조진웅의 은퇴는 존중한다. 소년기 저지른 범죄라도 범죄는 범죄다. 본인이 과오를 책임지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다만, 보호처분 파묘와 ‘과거 소년범’에 대한 범죄자 낙인이 정당하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무마·은폐됐던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게 아닌 한 이런 식의 낙인은 사회적 편익보다 비용이 크다. 갱생한 과거 소년범을 다시 사회 밖으로 밀어내는 건 경제적으로 세금을 내는 시민을 세금을 축내는 수형자로 만드는 비효율이며, 사회적으로는 흉악범을 키우는 자해 행위다. 과거 소년범에 대한 영구적 범죄자 낙인은 조진웅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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