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확산·고교 경쟁이 형평성 흔들어

한국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비교적 높은 학생 성취를 유지하고 있지만, 취약계층 학습 격차와 디지털 역량 부족이라는 약점도 드러나고 있다.
5일 OECD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수학·읽기·과학 성취에서 모두 OECD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기초학력 기준선인 'PISA Level 2' 미만 비율도 16%에 그쳐, 평균 31%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2018~2022년 사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수 국가에서 학력 저하가 나타났지만, 한국은 하락 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장기적 흐름에서는 하락 추세가 뚜렷하다. OECD는 2012~2022년 동안 한국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가 13점, 읽기 성취도가 11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OECD 평균 감소 폭을 웃도는 수준이다. 높은 출발점에 비해 유지 속도가 둔화된 것이다.
형평성 지표 악화도 우려 요인으로 지적됐다.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성취를 설명하는 비중은 12.6%로 OECD 평균(15.5%)보다 여전히 낮지만 증가 폭은 OECD 국가 중 가장 컸다. OECD는 "성취 향상이 더뎌진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 학생 성취가 뚜렷하게 떨어진 결과"라며 "교육 체제 내부의 격차 확대 신호"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요구되는 핵심 역량 부족도 문제로 꼽혔다. 2018년 평가에서 사실과 의견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었던 한국 학생의 비율은 25%로 OECD 평균 47%의 절반 수준이었다. 정보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전략 지수 역시 -0.31로 OECD 평균(-0.01)보다 크게 낮았다. 자기주도학습 역량 지수도 2022년 기준 -0.22로, OECD 평균(0.01)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 교육은 제도적 형평성 요소에서는 강점을 유지했다. 학년 유급률은 3%로 OECD 평균 9%의 3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은 최소 90% 이상이 학교 교육에 참여하는 기간이 16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긴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단계에서의 경쟁 구조와 사교육 의존은 형평성을 다시 훼손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PISA 조사에서 한국 학부모의 89%가 학교 선택 시 '성적'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답했다. 2021년 기준 사교육 참여율은 초·중학생 78%, 고등학생 65%에 달했다. 사교육 지출도 매년 증가 추세이며, 가정 배경에 따라 사교육의 접근성·질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아교육·보육(ECEC)에서는 OECD 내 독보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0세부터 무상 보육·유아 교육을 제공하는 유일한 국가 중 하나이며 2세 미만 취학률은 55%로 OECD 평균 22%를 압도했다. 2세 이후 취학률은 95% 이상으로 사실상 보편적 수준이다. 올해부터 유아 교육과 보육 행정이 교육부로 일원화되면서 서비스 품질·접근성 강화를 위한 정책적 기반도 마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