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파’ 속 민생법안 속도전…누가 먼저 해빙기를 여나 [권력의 계절②]

입력 2025-1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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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12-07 19: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정쟁 한파 속에서도 여야, ‘민생 법안’ 앞에서는 속도전
핵심 생활법안 일괄 통과…반도체·대미투자 등은 난항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민생 해빙기 주도권” 경쟁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11.23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11.23 (연합뉴스)

정치권을 뒤덮은 한파 속에서도 민생 입법 전선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0월 말 여야가 ‘민생 패키지’ 74건을 일괄 처리한 데 이어 11월 말에는 이른바 ‘K-스틸법’을 포함한 비쟁점 법안이 추가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12월 2일에는 728조 원 규모의 2026년 예산안이 5년 만에 법정시한 내 국회를 통과하면서 여야 모두 “민생만큼은 부동의 영역”이라는 메시지를 앞다퉈 내걸고 있다.

7일 국회에 따르면 민생 해빙의 신호탄은 10월 26일 본회의다. 한 달 이상 공전하던 국회는 그날 하루에만 응급의료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장애인평생교육법 등 비쟁점 민생법안 74건을 처리했다.

대표적으로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으로 불린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이 병상·인력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119 구급대가 이를 전용 시스템으로 확인해 중증환자 이송 병원을 즉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은 11월 4일 공포됐고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는 세입자가 요구할 경우 건물주의 관리비 산정 내역 공개가 의무화됐다. ‘깜깜이 관리비’ 논란이 잦았던 상가 임대차 시장에 최소한의 투명성 장치를 넣은 셈이다.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으로 장애인의 평생교육 지원 책임을 국가·지자체 의무로 못박은 법안도 4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11월 말에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K-스틸법’ 등 비쟁점 민생법안 7건이 추가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가 한미 관세 협상 이후 철강 업계의 대미 수출 환경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법은 통상·산업정책과 민생(일자리) 이슈가 맞물린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정치 한파 속에서도 가장 큰 분수령은 예산이었다. 2일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인 2026년도 예산(총지출 728조 원)이 5년 만에 법정시한 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지원, 국민성장펀드 등 여당 핵심 국정과제 예산은 대체로 유지됐고, 야당 요구로 국가장학금·저소득층 지원 예산 일부가 증액됐다. 대신 AI 지원, 대미 통상 대응 프로그램 일부가 감액되는 등 ‘증·감액 맞교환’이 이뤄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12.3 내란 저지 1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을 막아낸 시민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2.03.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12.3 내란 저지 1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을 막아낸 시민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2.03. (뉴시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생·미래 성장 동력을 동시에 살리는 확장 예산”이라고, 제1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포퓰리즘성 사업은 막고 꼭 필요한 민생 예산은 살려낸 예산”이라고 각각 자평하고 있다. 예산안이 시한 내 처리되면서 내년 상반기 예산 집행과 경기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 갈등 속에서도 최소한의 민생 컨센서스는 살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속도전’의 이면에는 여전히 깊은 골도 존재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개정, 이태원 참사 후속 입법, 돌봄·주거 취약계층 지원 강화 법안 등은 여야 이견과 우선순위 다툼 속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단체와 여야 의원들이 피해 인정 범위 확대와 지원 기간 연장을 요구하며 개정안을 재차 발의했지만 재정 부담과 형평성 논란을 둘러싼 이견 탓에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역시 희생자 지원 범위·조사 권한을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며 보완 입법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 분야에서도 ‘반쪽짜리 민생’ 논쟁은 계속된다.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한 일명 반도체특별법은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논란 끝에 관련 조항을 뺀 채 12월 4일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했다. 5년마다 산업 경쟁력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지원 틀은 마련했지만 산업계가 요구해온 노동규제 유연화는 후속 과제로 미뤄졌다. ‘골든타임’을 걱정하는 재계와 “노동시간 규제를 입법 뒷문으로 풀 수 없다”는 정치권의 시각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한미 전략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은 또 다른 뇌관이다. 정부·여당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후속조치라며 연내 처리를 시도했지만, 국민의힘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만큼 국회 비준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투자 대상·손익구조가 비공개로 추진될 수 있다”고 ‘깜깜이 법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통상·외교 리스크와 재정 부담이 뒤섞인 만큼 이 법이 내년에도 여야 간 ‘국익 프레임 전쟁’의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민생법안 속도전은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전략 경쟁이기도 하다. 여당은 응급의료·장애인·지역화폐·청년·복지 예산을 앞세워 “일하는 다수여당” 이미지를 강화하려 하고 야당은 예산·법안 심사 과정에서 “포퓰리즘을 걸러낸 책임 있는 견제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여야 모두 법안 처리 건수와 예산 확보 내역을 숫자로 제시하며 “민생을 더 챙긴 쪽”이라는 인식을 선점하려는 분위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예산과 민생 패키지를 어느 정도 처리한 지금부터가 2라운드”라며 “법안 통과 자체보다 내년 상반기 현장에서 체감되는 효과가 곧 선거 성적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생 해빙기를 누가 먼저 열었느냐를 놓고 여야가 공을 다투겠지만 유권자는 ‘살림살이 나아졌느냐’만 본다는 점을 정치권이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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