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이틀 앞둔 30일,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처리를 위해 회동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문진석·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은 추가로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수석은 "예산안 관련 예결위 간사 사이에선 100건 이상의 예산 감액에 대한 견해차가 커 원내대표 간 추가 논의를 통해 타결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진행 상황을 전했다. 이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이소영 의원과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먼저 만나 쟁점 조율에 나선 뒤, 이를 토대로 이날 오후 여야 원내지도부 간 협상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중에서 정책 펀드, 지역사랑상품권, 한미 관세 협상 관련 사업 등 '이재명 대통령표' 예산과 관련해 쟁점이 남아 여야 간 간극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정부 원안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정책펀드(3조5421억 원) ▲지역사랑상품권(1조1500억 원) 등 4조7000억 원 규모의 예산과 ▲대통령실 특수활동비(82억5100만 원) ▲정부 예비비(4조2000억 원) ▲대미 투자 지원 정책금융 패키지(1조9000억 원) 등에 대한 삭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예산 부수 법안에서도 이견은 이어졌다. 정부는 현행 4개 과표구간의 법인세율을 각 1%포인트(p)씩 인상하자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자영업자·중소기업 부담을 고려해 하위 2개 구간은 현행을 유지하고 상위 2개 구간만 인상하자고 주장한다. 교육세 역시 정부는 연간 수익 1조 원 이상 금융·보험사 교육세율을 0.5%에서 1.0%로 올리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연 1조 원 이하 금융사는 0.3%, 초과 구간은 0.5%로 낮추는 방안이나 과세 기준을 ‘수익 금액’에서 ‘손익 통산한 손순익’으로 바꾸는 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여야가 이날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 다음 달 1일 0시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국회법상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예산안 처리 시한이 11월 30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김병기·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합의할 경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해 본회의로 넘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으며, 자동 부의 이후에도 본회의에 수정안을 제출해 처리할 수 있다. 실무적인 시트작업(계수조정작업) 시간을 고려하면 다음 달 1일 이내에 여야 합의가 이뤄질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법정 시한 내 예산안을 제때 처리한 사례는 단 두 번(2014·2020년)에 불과하다. 여야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 민주당의 단독 처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산안은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처리되는데, 민주당이 166석을 가진 만큼 단독으로도 표결을 진행할 수 있는 구조다.
한편, '대장동 사건' 검찰 항소 포기와 관련한 국정조사 논의도 평행선을 달렸다. 유 수석은 "현재 저희가 제안한 3가지 조건에 대해 민주당이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국민의힘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내부 의견 조율 중에 있다. 정리되는 대로 다음 초에 다시 한번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안한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국정조사 안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나경원 의원의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독단적인 법사위 운영 중단, 여야 합의에 따른 국정조사 증인·참고인 채택 등을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