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성장·고용 감소 불가피…GDP 최대 0.048% 낮춰
전방산업 생산 차질 확대 가능성
R&D 투자 뒷받침 시 성장 회복 가능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적 경쟁력 약화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급 축소가 단기적으로 성장률과 고용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와 경기 회복에 기여할 수 있어 지금이 구조재편의 '골든타임'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공급 과잉 심화, 가격 경쟁력 악화, 산업환경 변화 등을 국내 석유화학 업황 부진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생산과 가동률은 2020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수익성도 2024년 기준 적자(-0.1%)에 진입한 상태다.
국내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여수·서산·울산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여수 산업단지는 생산과 수출이 올해 들어 전년 대비 감소했고, 고용도 크게 줄었다. 여수시 법인지방소득세는 2022년 대비 63.3% 급감했다.
한은은 경쟁력 저하의 핵심 배경으로 대(對)중국·범용제품 중심 수출 의존도, 나프타 기반 원가 부담, 탄소 규제·디지털 전환 대응 비용 증가를 꼽았다. 설비가 고도화된 미국(에탄), 중국(석탄)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기업 자율감축 규모를 제시하고 금융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2026년 산업생산은 3.3~6.7조 원 줄고, GDP는 최대 0.048% 감소할 전망이다. 고용도 최대 5200명 줄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플라스틱, 고무, 자동차, 전자 등 전방 업종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다만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이후 R&D 투자 확대로 성장 회복 여력이 생긴다는 진단도 제시했다. 한은은 설비 운영비 부담이 줄어들면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과 AI 기반 생산 고도화에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쟁국이 이미 산업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단기적 충격을 감수하더라도 구조재편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