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쏠림이 환율 상승 핵심원인…"한국만의 유니크한 상황"
외환스와프 연장·국민연금 활용 논란엔 "부정적 시각 거뒀으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는 금융안정을 고려할 때 중립 금리 수준에 와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현시점과 3개월 뒤 전망 얘기할 때 금통위원 중 금리 인상 가능성 논의하자고 한 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금통위 내부 견해는 팽팽하게 갈렸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3개월 후 금리를 연 2.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라며, "나머지 3명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인하 의견이 4명이었으나 이번에는 동결 의견과 3대3 동수를 이뤘다.
이 총재는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한 3명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물가 우려도 증대된 만큼 당분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머지 3명은 성장 경로의 상·하방 위험이 있고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성환 금통위원은 이날도 기준금리를 연 2.25%로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8월과 10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이다.
금통위는 이날 의결문에서 기존 '인하 기조 유지' 문구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으로 수정했다. 추가 인하 '시기'도 '여부'로 바뀌면서 시장에선 매파적(긴축 선호) 뉘앙스 강화 평가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인하 사이클 종료 해석에 대해 "그것은 개인들의 판단에 달렸다"고 즉답을 피했다. 또 "금리 동결에서 인상으로 가는 데 평균 12개월 정도 걸린다"며, "현재 금통위원이 3대3이고, 어떻게 해석할지는 여러분에 달렸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1470원대로 치솟은 상황에 대해
이 총재는 "최근 환율 변동성보다 너무 한 방향으로 쏠려가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위기 가능성과는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 외채가 많았을 때와 달리 시장에서 금융위기를 얘기하지 않는 것처럼 외환시장 불안은 없다"며, "대신 고환율로 인해 물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환율 상승 원인이 과거와 다른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차 때문이 아니고, 단지 해외 주식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젊은 분들이 '쿨하다'면서 해외 투자를 많이 하는데, 환율이 변동될 때 위험 관리가 될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만의 유니크한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상승이) 외국인에 의해 주도된 것이라면 변화가 어렵겠지만, 우리(내국인)의 쏠림을 막아주면 빠르게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민연금 환율 활용론’에 대해선 오해를 우려했다.
이 총재는 "그렇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국민연금이) 해외로 돈을 많이 가져갈 때는 원화 가치 절하, 가지고 들어올 때는 절상이 발생한다"며, "연금 지급을 위해 해외 자산을 들여와 지급할 때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절하 국면에서는 원화 표시 수익률이 높아지지만, 장부상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노후 자산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 헤지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650억 달러 외환스와프에 대해 "연장하는 것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화량(M2) 증가가 자산·환율을 자극한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새로 풀린 유동성은 크지 않다"며, "과거부터 풀렸던 유동성이 M2 쪽으로 오는 구성 변화는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