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도 따라 접근 금지영역 다르게 설정…파손 사고 최소화
가정용·서비스 로봇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 전망

삼성전자가 청소로봇의 장애물 회피 능력을 인간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인공지능(AI) 제어 기술을 확보했다. 단순히 물체를 피해 가는 수준을 넘어서, 장애물의 유형과 파손 위험도까지 고려해 회피 범위를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리 꽃병은 멀리, 인형은 상대적으로 가깝게 돌아가는 식이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 ‘로봇 및 그 제어 방법’이라는 명칭의 기술 특허를 출원했으며, 해당 특허는 지난 18일 특허청에 공개됐다.
이번 특허에서 삼성전자는 로봇 전면 카메라 영상을 기반으로 바닥면을 분할하고 AI 모델을 통해 실시간으로 장애물을 인식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이후 장애물의 종류와 위험도를 바탕으로 접근 금지 영역을 설정하고, 해당 영역이 반영된 새로운 맵을 생성해 이동 경로를 재구성한다. 기존 근접 센서 위주의 충돌 회피 방식에서 벗어나 영상 기반 ‘지능형 회피 주행’ 단계로 진화한 셈이다.
특히 삼성은 장애물 유형에 따른 회피 방식 차별화를 강조했다. 예컨대 깨질 위험이 큰 꽃병은 폭의 2배 수준까지 접근 금지 영역을 설정하는 반면, 인형이나 패브릭 소품처럼 파손 위험이 낮은 물체는 상대적으로 좁은 회피 구간을 적용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우회나 반복 주행을 줄이고 청소 효율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경로 설정 방식도 눈길을 끈다. 특허에 따르면 로봇은 전방 영상과 뎁스(깊이) 정보를 이용해 벽면과의 거리, 공간 여유를 계산한 뒤 가장 넓은 공간 방향으로 우선 이동하도록 설계됐다. 사람이 방을 청소할 때 넓은 곳부터 먼저 훑고, 이후 좁은 공간을 정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단순한 직진 혹은 지그재그 방식이 아닌, 공간 구조를 ‘이해’하는 주행 알고리즘이다.
여기에 로봇은 이동 중에도 지속적으로 영상을 촬영해 새로운 장애물 정보를 학습한다. 기존에 없던 물체가 등장하거나 가구 배치가 바뀌면, 접근 금지 영역과 네비게이션 맵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경로를 다시 계산한다. 사실상 자율주행 기술을 가정용 로봇으로 끌어올린 구조다.
삼성전자의 이번 특허는 청소로봇을 넘어, 서비스 로봇과 가정용 로봇 전반으로 확장 가능한 기반 기술로도 읽힌다. 장애물 인식, 공간 매핑, 자율 경로 설정은 물류 로봇, 돌봄 로봇, 가정용 멀티 로봇 등에도 핵심 요소다 .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부상으로 중국 업체들이 선점한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도 기술 주도권 경쟁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청소로봇을 시작으로 가정용·서비스 로봇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