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길 터주기' 관가 1급 용퇴 러시⋯"연금 수령 아직 멀었는데"

입력 2025-11-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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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남았는데 '후배 위해' 용퇴⋯갈 곳 잃은 엘리트 관료들
"선비 정신 강요는 옛말⋯민간서 전문성 발휘 기회 늘려야"

새 정부 출범 이후 세종 관가의 '분위기 쇄신'이 본격화되면서 고위공무원단의 핵심인 1급 실장급 인사들의 '물갈이'가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밀려난 50대 엘리트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펼칠 길을 찾지 못한 채 공직을 떠나는 '씁쓸한 용퇴'가 반복되고 있어, 국가적 인재 사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3일 새 정부 출범 5개월 만에 올해 9월 일괄 사표를 제출했던 1급 7명 중 4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구체적으로 강기룡 정책조정국장(2급)이 신임 차관보(1급)에, 강영규 대변인(1급)은 재정관리관(1급)에, 유수영 미래전략국장(2급)은 대변인(1급)에, 황순관 국고국장(2급)은 기획조정실장(1급)에 각각 임명됐다. 예산·세제실장·국제경제관리관(1급) 등 3명은 유임됐다.

산업통상부도 지난달 28일~이달 3일 총 8명(승진 5명·전보 3명) 규모의 1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1급 전임자 4명이 공직에서 물러났다. 산업부 실장급 라인업이 기존 행시 39~40회에서 행시 40~42회 중심으로 대거 교체된 것이다.

앞서 국무조정실도 올해 9월 1급 10명 중 8명이 사표를 제출했으며, 국토교통부에서도 4명이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문제는 이들의 퇴직이 '자발적'이라기보다는 '후배들을 위한 길 터주기'와 '조직 쇄신'이라는 명분 아래 이뤄지는 구조적 용퇴라는 점이다.

특히 용퇴자 대부분이 정년(만 60세)을 채우지 못한 50대 중후반으로, 아직 대학생 자녀의 학비를 대거나 결혼을 시켜야 하는 등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은 나이다.

한 고위공무원은 "장관이 새로 오면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고,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선배들이 결단을 내리는 것"이라며 "공무원 연금 수급 연령(만 62세)도 안 된 상황에서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큰 결심'이지만 정작 이들의 경륜을 활용할 방안은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퇴직한 실장급 고위직은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이마저도 '낙하산'으로 불리는 정치권 인사 등과의 경쟁에 밀려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곧 수십 년간 축적된 정책 전문성과 노하우가 그대로 사장되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인재 사장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으로 '민간-공직 간 순환 시스템'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 3년간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관피아'나 '전관예우'라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취지지만, 유능한 전문가의 경력 이동 자체를 과도하게 막는다는 비판도 거세다.

오히려 민간의 전문가가 공직에 들어와 경직된 조직 문화를 바꾸고, 공직자는 민간으로 이직해 현장의 전문성을 쌓는 '양방향 순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공직자에게 무조건적인 '선비 정신'만 강요할 시대는 지났다"며 "고위공직자는 물론 공무원들이 퇴직 후에도 민간 부문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회전문'이 아닌 '순환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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