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선거를 반년여 앞둔 가운데 서울시의 주요 정책들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한 ‘신속통합기획’을 두고 실효성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면서 주택 정비사업의 승인 권한을 자치구로 일부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종묘 인근의 세운4구역 고층 개발 계획을 두고도 혼란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정치 공세가 계속된다면 주택 공급 등 현재의 정책 목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복귀 이후 대표적인 주택 정책 중 하나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제도를 도입, 재개발·재건축 절차를 대폭 단축함으로써 정비사업 기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왔다. 다만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전날 국회에서 ‘속도 잃은 신통기획, 서울시 권한의 자치구 이양을 통한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서울시의 신통기획 정책 도입에도 주택 공급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인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신통기획은 추진력을 잃고 속도와 실효성에서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너무 많은 권한을 쥐고 있고, 그 권한을 처리할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가진 정비구역 지정 권한 등 관련 인허가권을 자치구로 일부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가 관련 권한을 모두 쥐고 있어서 정비 사업의 병목현상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정비사업 인허가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과 용적률 완화 등 주요 변경 사항 관련 권한이 서울시에 집중돼있어 25개 자치구 사업이 빠르게 추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서울시와 달리 정비사업 관련 인허가권이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있어 병목이 덜하다는 점도 시에 대한 지적 근거 중 하나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전날 토론회에서 “조례 개정이나 법률 개정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권자를 자치구청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며 “정비구역 지정권만 부여되면 불필요한 절차 없이 즉시 계획 수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최근 여권 내에서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다. 해당 발언이 정치적 의도를 내포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다만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13일 “자치구로 인허가권이 이양된다면 시장서 상당히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100군데 이상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 재건축 진도가 나가는데 모든 자치구가 (사업 추진을) 빨리하고 싶어할 것이다. 자치구간 이해관계 조정 등으로 시기 조절을 안하면 전세대란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오 시장은 “권한 이양 문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도를 바꾸다보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전날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토론회에서 “오 시장은 취임 후 신통기획을 앞세워 정비사업 활성화를 강조해왔지만, 실질적으로 착공에 들어간 곳은 224개 정비구역 중 단 두 곳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오 시장은 19일 “명백한 가짜뉴스다. 80개 구역에서 7만 가구가 착공했다”며 “구역 지정하면 착공까지 10년 걸리는 건 당연한 이야기인데, 다 알면서 뻔한 거짓말 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서울 도심 세운4구역의 고층 개발 계획을 둘러싸고도 연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 종묘에서 170m가량 떨어진 종로구 세운4구역에 최고 142m의 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종묘 인근 경관 및 세계유산 가치 훼손 우려가 국가유산청과 여권 인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김민석 총리는 지난 10일 직접 종묘를 찾아 “서울시가 근시안적”이라며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최근 논란은 선거 국면의 정치적 공세 성격이 짙다”며 “신속통합기획뿐 아니라 재개발 절차 전반이 원활히 접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행정적 뒷받침을 먼저 만들어놔야 개발이 속도를 낼 수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비구역 지정권을 자치구로 넘기는 방식은 오히려 전체 공급 시계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며 “권한을 더 잘게 쪼갤수록 지금까지 구축된 체계를 다시 손봐야 해 병목이 해소되기보다 외려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