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일, 문해력·생활역량 제고 집중
가정ㆍ학교서 체계화⋯국가 차원 교육 강화
“정부 내 금융교육 거버넌스 구축 중요”

해외 선진국들은 ‘금융 문맹’ 해소를 위한 국가 차원의 금융교육 체계를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금융사고 예방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정·학교, 지역사회 전반에 걸친 다층적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한국도 국가적인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금융교육 체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내년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의 정규 과정에 주 1회 재정 교육을 포함하는 등 금융교육을 필수과목으로 도입한다. 수업은 비판적 금융문해력, 금융상품 이해, 이자·인플레이션 등 기초 경제 개념, 일상 금융기술 습득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스라엘은 가정에서부터 금융교육을 철저하게 하는 국가로 정평이 나 있다. 만 13세 성인식(바르 미츠바) 때 받은 축하금을 ‘첫 자산’으로 삼아 스스로 운용해보는 관습이 자리 잡혀 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돈 관리 개념을 배우게 된다. 국가 차원의 제도 지원과 문화가 결합한 구조가 실증적 금융교육의 토대가 된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금융교육 대계'를 짜는 곳들도 많다.
미국은 금융이해력교육위원회(FLEC)가 재무부,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교육부 등 22개 연방 기관과 함께 국가전략 실행을 총괄한다. 학교 금융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육과정 권고안은 경제교육위원회(CEE), 점프스타트 개인금융교육연맹 등 민간·전문가 네트워크가 개발해 현장에 공급한다. 미국 내 25개 주는 졸업 요건으로 독립된 개인 금융 과목을 필수화하기도 했다.
영국의 경우 자금연금청(MaPS)을 중심으로 ‘재정적 웰빙’ 전략을 마련해 금융교육과 금융소비자 정책의 핵심 목표를 이행 중이다. 기존의 ‘금융역량’ 개념을 넘어 국민이 스스로 바람직한 금융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내·외적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학교 금융교육은 2014년부터 전면 시행됐다. 특정 과목이 아닌 금융교육을 교과 전체에 걸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법정 필수과목으로 금융 이해를 포함하고 선택과목인 PSHE(Personal, Social, Health, Economic Education)는 초등~중등(KS1~KS4) 전 단계에 개설돼 접근성이 높다. 중앙은행도 PSHE협회와 협력해 중등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업계획서와 학습자료를 제작해 학교 현장에 제공하며 금융리터러시 확산을 위한 공공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금융청과 일본은행이 학교급별 금융교육 목표를 제시하고 지방정부·민간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다층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학교 금융교육의 연령층별 목표’는 2015년 처음 마련됐으며 문부과학성이 2017~2018년 발표한 학습과정을 반영해 2021년 전면 개정됐다. 해당 목표는 △생활 설계와 가계 관리 △경제와 금융의 구조 △소비 생활과 금융 문제 예방 △직업 교육 등 네 개 분야로 구성됐다. 각 분야를 다시 세부 주제로 나누고 연령대별 학습 목표를 제시했다. 학교에서 제공되는 ‘금융교육 프로그램’은 2016년 초판 발표 이후 개편을 통해 변화하는 교육과정을 반영하고 있다. 금융교육의 목적을 비롯해 △지도 방법 및 요령 △학교급별 과목 지도 방향 △지도계획 사례 등이 체계적으로 담겨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뒤처진 금융교육 시스템 개선을 위해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금융교육을 총괄할 주무 부처를 명확히 하고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해 국가 차원의 금융교육 정책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정부 내 금융교육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경제 과목을 확대하고 교사 연수를 강화해 교육 콘텐츠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며 “디지털 금융이 일상화된 만큼 실용 금융 중심의 특강이나 강의 등 교육 방식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