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정부가 소득세 인상 방침을 철회하자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재정 전망이 다소 개선되면서 정부가 소득세 인상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데 따른 여파다.
14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그동안 노동당의 지난해 총선 공약을 깨고 근로자 소득세를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이런 방안을 폐기했다고 소식통들이 말했다.
그동안 경제 전문가들은 재정 부족분을 많게는 350억 파운드(67조1000억 원)로 예상했는데, 예산책임청(OBR)이 이를 200억 파운드(38조4000억 원)로 그보다 낮게 전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득세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재정 개선을 위한 다른 증세는 이번 예산안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개인소득세 기준 동결, 고액 부동산에 대한 세금 인상, 신규 도박세 부과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에 따르면 소득세 기준이 추가로 동결되면 2029∼2030회계연도까지 연간 390억 파운드(약 74조8000억 원) 세수를 올릴 수 있다.
소득세 인상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미 부담이 큰 노동당 정부에 또 다른 정치적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당 핵심 인사들 역시 공약을 뒤집을 경우의 후폭풍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재무부는 "세금 변화를 둘러싼 추측에 논평하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소득세 인상 철회가 알려지자 금융시장은 영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 의지가 약해진 것으로 받아들였다.
런던증시의 대표 지수인 FTSE 100은 이날 오전 한때 전장 대비 1.5% 넘게 밀리며 유럽 주요 증시 중 가장 약한 흐름을 보였다.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장중 0.5%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0.3%(1파운드당 1.3155달러) 수준으로 줄였다.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0.13%포인트(p) 상승했다가 0.07%p(연 4.50%) 오른 수준으로 상승 폭이 축소됐다.
제러미 스트레치 CIBC 마케츠 외환전략 책임자는 로이터 통신에 "시장은 정부가 재정 부족을 해결할 조처에 나서기를 바란다"며 "(소득세 인상 철회) 보도가 맞는다면 재정 개선 노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