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산단 말고는 논의 지지부진
3분기 적자폭 축소…원료가 하향으로 스프레드 개선
“정부 양해 구하고 데드라인 미뤄야할 수도”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정부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 연말까지 자율 구조개편안을 제출하라는 데드라인이 임박했지만, 주요 산단과 기업 간 협의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주요 석화 기업들이 3분기 실적이 개선되면서 눈치보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8월 국내 석유화학업계 10대 기업과 체결한 자율협약 논의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율협약은 나프타 분해설비(NCC) 생산능력 1470만t(톤) 중 18~25%, 약 270~370만t 수준 감축을 골자로 한다.
그나마 논의가 진전된 곳은 충남 대산 산업단지다. 대산산단의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은 NCC 설비를 통합 운영한다는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이 초안 외에는 실질적 구조개편안이 거의 제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수산단과 울산산단에서는 설비 통합이나 가동률 조정 등이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여수산단의 경우 LG화학이 GS칼텍스에 NCC 통합을 제안했지만 이후 논의가 정체된 상태다. 울산산단에서는 NCC 설비 매각 등을 논의 중이나, 가동률이 높은 산단에서는 단순 감축이 현실적으로 부담이라는 목소리다. 감축 규모, 설비 이전, 통합 후 지분배분, 고용·협력업체 영향 등 협상의 변수가 여전히 많다.
특히 3분기 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오히려 구조조정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날 롯데케미칼은 매출 4조 7860억 원, 영업손실 1325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잠정 공시했다. 전년 동기(-4174억 원) 대비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 롯데케미칼은 “정기보수 종료에 따른 일회성 비용 제거와 원료가 하향 안정화로 스프레드가 개선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은 3분기 매출 1조6438억 원, 영업이익 8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약 29.7% 증가했다. LG화학은 3분기 영업이익 679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8.9% 증가했다. 특히 석유화학부문은 영업이익 29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2분기 이후 5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3분기 매출 3조3644억 원, 영업손실 74억 원을 기록했다. 케미칼 부문은 3분기 매출 1조 1603억 원, 영업손실 90억 원을 기록하며 역시 적자폭이 줄었다. 이같은 실적 개선이 구조조정 긴박감 완화로 일부 이어지면서, 기업들 내부에서는 구조개편 논의에 동력이 붙지 않는 모양새다.
이미 업계에서는 정부가 못박은 시한을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회사 차원의 논의가 아닌 그룹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말까지 제출을 하기 위해 노력은 하겠지만, 이견이 있거나 돌발 변수로 제출이 늦어지게 되면 기간 연장에 대해 정부에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