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외국인에게 불편한 나라, 규제가 만들다

입력 2025-11-1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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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표 충남대학교 국가정책대학원 교수(국무조정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 위원)
▲배관표 충남대학교 국가정책대학원 교수(국무조정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 위원)
요즘 종로와 명동을 나가보면 깜짝 놀란다.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아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883만 명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14.6% 증가했다고 한다. 점차 늘고 있고, 더 늘어야 한다. 한국을 세계에 알려 한국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가만히 있어서 될 일이 아니다. 자칫 ‘반짝 특수’로 끝날까 걱정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 흥미로운 질문과 답변이 오간 적이 있다. “한국 여행 시 가장 불편했던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200개 넘는 댓글이 달린 것이다. 은행나무 냄새부터 다양한 댓글들이 달렸는데, 하나하나 흥미롭다.

이구동성 지적하는 진짜 불편 사항은 모빌리티 문제이다. 걸어 다니는 것도, 버스를 타는 것도, 택시를 타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이동이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최신 기술과 상품으로 가득한 서울에서 이동하는 것 하나하나가 어렵다는데, 의아하지 않은가? 외국인이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걸어 다니기 힘든 이유는 지도 때문이다. 전 세계인이 구글맵을 쓰는데 외국에서 설치한 구글맵이 한국에서는 먹통이다. 한국 정부는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구글이 반출 요청을 하는데 정부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 국가안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위치가 확인된 시설은 적으로부터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말도 맞다. 그런데, 한국 플랫폼 업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지도 데이터 기반 서비스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산업의 가치가 커지는데, 지도와 연결된 시장을 잃을까 걱정인 것이다.

버스 타기가 어려운 이유는 결제 서비스 때문이다. 외국인들도 본국에서는 신용카드나 스마트폰으로 교통비를 결제한다. ‘오픈루프’ 서비스를 이용한다. 오픈루프는 별도 교통카드 없이도 신용카드 접촉만으로 전 세계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전 세계 830여 개 넘는 교통수단에서 결제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다양한 사업자들의 이권이 연결된 한국의 카드 결제망이 독자적 기술 규격을 고수하며 기술 장벽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현금도 받지 않는데 얼마나 난감할까.

택시 타기가 어려운 이유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우버(Uber)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버사는 과거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한국 시장 진출에 실패했다. 외국인들은 010 전화번호가 없어 국내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없다. 최근 국내 업계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를 개시하고 있지만, 글로벌 플랫폼에 익숙한 외국인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커다란 캐리어들을 택시 트렁크에 직접 실으며 끙끙거리고 있는 모습은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겪는 문제들을 들여다보면, 이해관계 문제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규제개혁을 하려 해도 기존 사업자들의 반대가 커 번번이 좌초되거나 지연되는 것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교착상태 속에서 한국은 관광 대국으로 성장할 기회를 걷어차고 있고, 국가 브랜드 경쟁력을 제고할 기회도 잃고 있다.

한국의 규제개혁 수준이 높다지만, 제도만 뛰어날 뿐 이해관계 조정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어떻게 이해관계를 조정할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외국인 관광객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기업들도 여전히 한국의 규제 수준이 높다고 느끼도 하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외국인 관광 문제를 시작으로 함께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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