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의 시대는 끝났다…OS 주도권이 새 생태계 좌우”
“레거시에 머물면 도태…부품사 생존도 OS 적응에 달려”
“완성차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심…산업 패러다임 전환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을 둘러싼 전면전에 돌입했다. 김종찬 국민대학교 자동차IT융합학과 교수는 이를 ‘SDV 전국시대의 개막’으로 규정했다.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독일 중심의 오토사(AUTOSAR) 표준체계가 붕괴하고 각국 제조사가 독자 운영체제(OS) 개발에 뛰어들면서 기존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그동안 자동차 회사들은 암묵적 합의 아래 느린 속도로 기술을 발전시켜왔지만 테슬라가 무선 업데이트(OTA)로 판을 뒤흔들었다”며 “AUTOSAR 표준은 1980년대 기술 기반으로 만들어져 자율주행이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같은 최신 소프트웨어를 담기 어렵다. 결국 레거시 기술이 한계에 부딪힌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의 OS 전략을 ‘표준의 역행자이자 혁명가’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완성차업계에는 OS를 이해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었고 경영진에게 OS의 중요성을 설득하기조차 어려웠다”며 “그 무지와 안일함이 지금의 격차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테슬라와 중국이 SDV 기술을 주도하게 된 것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직접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흐름을 ‘독자 OS 전쟁’으로 표현했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42dot)을 통해 ‘플레오스(Pleos Vehicle OS)’를, 폭스바겐은 ‘카리아드(CARIAD)’, 도요타는 ‘아린(Arene)’을 각각 개발 중이다. 그는 “이 회사들이 말하는 OS는 사실상 코어 운영체제라기보다는 자동차용 미들웨어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은 오픈소스 기반의 ‘플랫폼 분권화’ 전략으로 대응 중이다. 리오토(Li Auto)와 샤오미는 아파치 재단의 오픈소스 넛츠엑스(NuttX)를, 화웨이는 에리카 엔터프라이즈(Erika Enterprise)를 채택해 코어 OS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들 세 회사는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적지만 10년 뒤에는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잠재력을 가진다”며 “특히 화웨이는 완성차 생산 대신 OEM 대상 솔루션 사업에 집중해 확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결국 OS 주도권을 쥔 기업이 미래 자동차 생태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유럽의 표준화 시도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김 교수는 “유럽은 이클립스(Eclipse) SDV, SOAFEE(차량용 개방형 표준 단체) 등을 통해 공동 표준을 추진하지만 전 세계 통합은 불가능하다”며 “유럽 내부 협력은 가능하겠지만 글로벌 단일 표준 시대는 다시 오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실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는 부품사들 입장에서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정 OEM에 종속된 부품사들은 새로운 OS에 적응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품사들이 AUTOSAR 적응에만 10년이 걸렸다”며 “지금의 변화 속도에서는 적응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레거시 OS에 묶이면 노키아처럼 도태될 수 있다”며 “자동차 산업의 생존은 코어 운영체제 기술 확보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