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완료"⋯블랙 프라이데이, 발 빠른 자가 승리합니다 [솔드아웃]

입력 2025-11-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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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50% 쿠폰 받았다!

패션·뷰티 커뮤니티에서 들뜬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유통업계에서 가장 큰 행사,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시작되면서 각종 브랜드가 할인 행사에 나선 건데요. 살까 말까 고민하던 '찜' 상품들은 물론이고 부담스러운 가격대나 아예 흥미가 없던 제품들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시기입니다.

할인가에 추가 쿠폰, 적립금 혜택까지 더해진다면 구매 욕구를 누르기도 힘듭니다. 여기에 각종 참여형 콘텐츠도 쏟아지면서 이 욕구를 부채질합니다. 결제 내역을 인증하거나 추천 아이템을 정리하고, 비추천 아이템까지 가감 없이 공개하는 콘텐츠는 할인 행사마다 돌아오면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데요. 이를 참고해 구매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죠.

▲지난해 11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서 스누피 풍선이 행진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해 11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서 스누피 풍선이 행진하고 있다. (AP/뉴시스)

美 '블프' 있다면, 韓 '코세페'·中 광군제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출처가 미국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미국에선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에 추수감사절을 기념합니다. 미국의 가장 중요한 기념일 중 하나인데요. 공식적인 연방 공휴일은 이날 하루지만 많은 관공서, 학교, 기업들이 다음 날인 금요일까지 휴일로 지정하곤 합니다. 이에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4일 연휴가 되는데요. 바로 이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이 블랙프라이데이입니다.

북미 지역에서는 이 시기 연중 가장 큰 규모의 소비가 이뤄집니다. 치열한 할인 경쟁이 시작되면서 반값을 넘어 최대 9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게 특징인데요.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쏟아내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재고를 장기간 묵혀두면서 창고 임대료를 내느니 싸게 물량을 털어내는 게 낫다는 제조사들의 계산에서 비롯된 거죠.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블랙 프라이데이의 인지도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행사 자체도 알 사람만 알고, 직구(직접 구매)도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해외 직구 거래액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블랙프라이데이의 인지도 역시 확대, 국내 유통업계의 관심을 끌었죠.

소셜 커머스, 주요 백화점 등은 블랙프라이데이를 차용해 비슷한 시기 '연중 최대 할인' 문구를 내세운 행사를 진행합니다. 미국에 블랙프라이데이가 있다면 한국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있는데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2015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시작해 2016년 지금의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죠. '코세페'라는 줄임말로도 불리죠.

'코세페'는 내수 진작과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산업통상부 등 정부부처와 관련 기관의 후원을 받습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디지털, 패션, 식료품 등 여기에 참가하는 기업의 종류도 다양하죠. 지난달 29일 막을 올린 올해 '코세페'는 16일까지 진행됩니다.

중국에는 '광군제'가 있습니다. '광군제'는 매년 11월 11일 열리는 중국 최대의 쇼핑 행사인데요. 숫자 1이 네 번 반복되는 11월 11일이 외로운 독신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며, 1993년 중국 남경대학교에서 솔로를 기념하는 축제로 시작됐다는 재밌는 유래가 있죠. 이후 2009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이를 활용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시작하면서 온라인 중심의 큰 쇼핑 축제로 발전했습니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규모가 남다릅니다. 알리바바는 2021년 광군제 기간 자사 플랫폼 거래액이 5403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10조 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2009년 알리바바가 행사를 시작하고 나서 최대 수준이었는데요. 최근 들어선 매년 지속되던 폭발적인 성장세가 꺾이긴 했습니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85.6%를 기록했는데, 불과 이듬해인 2021년에는 8.4%에 그쳤죠.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상승, 젊은이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는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알리바바 그룹은 매년 공개하던 광군제 매출액을 2022년부터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해에는 중국 국가우정국이 광군제 당일에만 7억100만 건의 택배물량을 처리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광군제 기간 하루 역대 최대 물량 기록에 해당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시간당 20억 원 팔렸다"…블프 시작한 기업 어디?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은 연말 특수를 노리고 대규모 프로모션을 일찌감치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가 몰린 만큼 11월을 '쇼핑 대목'으로 설정하고 할인 행사 날짜를 앞당기고 혜택을 확대하면서 초반 '기세 잡기'에 나선 상황이죠.

CJ올리브영은 이달 1일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7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한 이번 블프에서는 600여 개의 상품이 특가로 판매됐는데요. 특정 시간대에 랜덤 쿠폰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라스트픽', '블프라이즈 박스' 등 올리브영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한정 수량 상품까지 판매하면서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의 오픈런까지 불렀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블프는 오늘(7일)까지입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셀렉트숍 29CM도 3일 연중 최대 규모의 할인 행사인 2025 겨울 이구위크(29WEEK) 막을 올렸습니다. 트렌디한 디자이너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다수 입점해 인기를 끄는 만큼 애플리케이션(앱) 접속자도 적지 않았는데요. 행사가 시작된 3일 트래픽이 몰리면서 한때 앱이 접속 오류를 빚기도 했죠.

이구위크의 인기는 뜨거웠습니다. 행사 오픈 단 5시간 만에 거래액 100억 원을 넘어선 건데요. 시간당 20억 원어치 상품이 판매된 셈입니다. 오픈 24시간 기준으론 누적 거래액 236억 원을 찍었죠. 지난해 대비 27%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구위크 시작과 동시에 트래픽이 대폭 증가하면서 일 방문자 수는 행사 전주 대비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죠.

이구위크는 13일까지 총 열흘간 진행되는데요. 남은 기간에도 주목받는 패션 브랜드를 최대 86%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는 '이구딜', 한정 수량 럭키박스, 공연·문화 콘텐츠 '이구스테이지' 참여 티켓과 29CM 단독 상품인 29에디션을 한정 판매하는 '이구위크 오픈런' 등이 진행되는 만큼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컬리는 이달 연말 대규모 할인 행사 '블랙 위크'를 개최하고요. 11번가는 1일부터 11일까지 '2025 그랜드십일절' 행사를, G마켓은 '빅스마일데이'를 각각 진행합니다. SSG닷컴은 9일까지 '2025 쓱데이'를 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블프에서 이건 꼭 사세요"…소비자 콘텐츠도 활발

다만 미국처럼 파격적인 할인율을 자랑하는 곳이 많진 않습니다. 이는 일단 미국과 한국이 경제 규모도, 산업 구조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 백화점이나 소매업체가 최대 90%에 달하는 파격 할인을 적용할 수 있는 건 이들 업체가 직접 제품을 대량 매입하면서 큰 폭의 할인을 적용할 여력을 확보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은 유통사가 행사를 기획하는 데다가 내수 규모도 제한적이라 대량 판매에 따른 경제 효과가 미국에 못 미치죠.

이에 소비자들은 꼼꼼한 소비에 나서는데요. 카드 캐시백, 포인트 적립, 중복 쿠폰 등 추가 혜택을 통한 체감 할인율을 따지는 겁니다. 젊은 세대가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건 블프보다 네이버 쇼핑이 더 저렴하다', '쿠팡가(쿠팡에서 사는 가격)보다 싸다' 등의 조언이 오가곤 하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단순히 '싸게' 사는 데 그치지 않고 구매한 제품을 소개하거나 추가 할인 방법을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데요. 패션·뷰티 커뮤니티에는 블프, 패밀리 세일 등 대규모 할인 행사가 열릴 때마다 인증 샷이 줄지어 등장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구매했는지, 또 총 얼마를 결제했는지 공유하는 겁니다. '살 거 다 샀다'는 의미의 "하산" 문구를 덧붙여서요.

또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지에는 '추천템', '비추천템' 콘텐츠가 쏟아집니다. 평소 자신이 잘 사용한 제품을 소개하거나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는 제품을 가감 없이 공개하며 다른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는데요. 기업과 브랜드 입장에서도 이런 자발적인 콘텐츠 생산은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됩니다. 유료 광고를 진행하면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소개 콘텐츠를 의뢰하는 이유죠.

실속을 따지는 소비자와 다양한 혜택을 내세운 플랫폼·브랜드가 맞물리면서 국내 블프는 연말 쇼핑 시즌의 출발점이자 유통업계 최대의 전장이 됐는데요. 이 중에서도 파격적인 혜택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곳은 어디가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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