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 수익 구조 '전기차→ESS'로 재편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서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수요 급증에 힘입어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는 ESS 시장이 단기적인 실적 방어 수단을 넘어 배터리 산업의 수익 구조를 재편할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5조6999억 원, 영업이익은 601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7.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4.1% 증가한 수준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금액 3655억 원을 제외하고도 3분기 영업이익은 2358억 원을 기록했다. IRA 세액공제 없이도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셈이다.
이 같은 실적 개선세는 글로벌 ESS 수요 폭증이 견인했다. 북미 시장에서 글로벌 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했고, 그 과정에서 ESS용 배터리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기차 시장이 실적 흐름을 크게 좌우했지만, 이제는 ESS용 배터리가 별도의 한 축으로 자리하며 새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며 “사실상 업계 전반이 ESS 시장에 관심을 크게 두고 있다”고 했다.
이에 삼성SDI와 SK온은 3분기 각각 5913억 원과 124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향후 ESS 시장 수요에 힘입어 실적이 반등할 전망이다.
실제 삼성SDI는 최근 테슬라와 약 3조 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기 위해 논의 중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7월 한국전력거래소가 진행한 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전체 물량의 76%를 따내기도 했다.
SK온은 9월 미국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LFP 배터리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6.2GWh 규모 추가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 협상권도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ESS 시장에 생산능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ESS 사업에서 약 120GWh에 이르는 수주잔고를 확보한 상태로, 향후 수주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미시간 램프업(생산 확대)을 조기 안정화하고, 일부 신규 합작공장(JV)은 가동 속도를 조절하며 ESS 중심 양산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유럽에서는 폴란드 공장에서 연내 첫 전기차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고,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