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조달비용 절감…‘생산적 금융’ 확대 맞춰 발행세 지속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자본비율을 높이면서도 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해 초부터 10월 말까지 발행한 영구채 규모는 총 2조8050억 원이다. 이 기간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이 각각 8000억 원씩, KB금융이 4050억 원을 발행했다.
이달 중에는 NH농협금융(3400억 원)과 하나금융(2700억 원)의 추가 발행이 예정되어 있어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연말까지 누적 영구채 발행액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구채는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이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이지만 금융권에선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발행사가 당국의 동의를 얻어 콜옵션(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지주 입장에선 일반 금융채 대신 영구채를 발행해 현금을 조달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5대 금융은 영구채를 매년 꾸준히 발행해 오고 있다. 5대 금융은 2023년엔 3조2000억, 2024년 3조7000억 원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보유 중인 영구채 잔액도 매년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5대 금융의 영구채 잔액은 20조1429억 원으로 전년말(19조 1599억 원) 대비 약 5% 증가했다.
최근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과 맞물려 자본건전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구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생산적 금융의 핵심인 첨단산업·혁신기업·중소기업에 대한 여신과 투자 비중이 늘면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해 BIS 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영구채 발행을 통해 자본 완충력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
영구채 발행세가 이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저금리 환경에서의 조달비용 절감 효과다. 우리금융의 경우 10월 22일 발행한 4000억 원 규모 영구채의 표면이자율은 3.34%로 지난해 10월 같은 금액으로 발행한 영구채(4.00%)보다 0.66%포인트(p) 낮았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 자금이 몰리며 당초 2700억 원에서 4000억 원으로 증액 발행됐다.
금융권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자금 조달과 자본비율 방어를 위한 영구채 발행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금융·하나금융·농협금융 등은 향후 5년간 각각 80조, 100조, 108조 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투자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구간에서 영구채 발행은 자본 확충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생산적 금융이 확대되는 한 금융지주의 영구채 발행세는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