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까지, '아태지역 프라이드영화제 연맹 총회' 열어
올해부터 명동 아닌 '종로'에서 개최⋯새로운 10년 시작

전 세계 퀴어영화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제15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SIPFF)가 6일 개막한다. 올해 개막작은 해리 라이튼의 '필리언'으로 2025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뿌린 영화다.
5일 SIPFF에 따르면, '필리언'은 영국의 작가 아담 마스 존스의 소설 '박스 힐'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조용하고 내향적인 청년 '콜린'이 매혹적이면서도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 '레이'를 만나면서 자기 정체성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승환 프로그래머는 개막작 선정과 관련해 "단순한 로맨스나 서브컬처 영화가 아닌 인간관계의 권력 구조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날카롭고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수작"이라고 설명했다.
폐막작은 세계적인 거장 톰 티크베어의 신작 '라이트'로 선정됐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독일의 난민 문제와 사회적 불안을 다층적으로 그려내며 주목받았다.

올해 SIPFF에는 총 130편의 영화들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20편이 '코리아 프라이드 섹션'의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선정됐다. 오상민 감독의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 이재원 감독의 '경계선' 등 총 15편의 영화들이 이번 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된다.
올해 작품 경향과 관련해 김 프로그래머는 "과거 국내 퀴어영화들이 주로 착한 인물상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했다면, 올해 출품작들은 훨씬 솔직하고 대담해졌다"라며 "작품 속 캐릭터들은 영악하거나 결점을 지닌 존재로 등장하며 당사자의 민낯과 복합적인 인간성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촬영 중 아버지의 부고를 듣게 된 트랜스남성 감독의 이야기, 대리운전 기사와 드랙퀸 손님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 생리 주기를 공유하고 자궁을 교체할 수 있는 앱을 소재로 한 이야기 등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영화들이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아울러 SIPFF는 올해 '언더독: 한국퀴어영화 감독 인터뷰집' 영문판을 발간한다. 한국 퀴어영화를 이끌어온 31명의 감독과의 대담을 영어로 엮었다. 이번 영문판은 해외 연구자와 영화 관계자를 중심으로 한국 퀴어영화를 세계에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계기가 될 예정이다.

올해 SIPFF는 아시아-태평양 프라이드영화제 연맹(APQFFA)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한다. 이번 국제행사 유치로 아태지역 퀴어영화 허브 역할 강화할 전망이다.
APQFFA는 아태지역 13개국, 17개 성소수자 영화제가 참여하는 연대체다. 성소수자 이슈와 영화산업의 발전을 함께 모색하는 등 창작자·관객·산업이 공존하는 영화 생태계 구축에 힘써왔다. 이번 서울 총회는 연맹 창립 1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행사로 7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SIPFF는 명동에서 10년을 채운 뒤 올해부터 다시 종로로 돌아와 개최된다. 김승환 프로그래머는 "장소를 옮긴다는 게 걱정도 되지만 설렘도 있다"라며 "이번 변화가 영화제의 다음 10년을 여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37개국 114편의 퀴어영화를 소개하는 제15회 SIPFF는 6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CGV 피카디리1958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