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결산을 앞두고 상장사들이 내년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00%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는 소규모 합병을 잇달아 단행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비용 절감과 조직 효율성 제고를 통해 경영 체질을 개선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100% 자회사 합병을 결정한 상장사는 △하이퍼코퍼레이션 △엔피씨 △모비릭스 △인스피언 △코웰패션 △네온테크 △SGA솔루션즈 △NHN △아이에스동서 △네오펙트 등 총 10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곳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흡수 합병은 주로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가능한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회사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를 합병할 경우 합병 비율이 1대 0으로 산정돼 주가 희석 우려가 없고 절차가 간소해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들이 연말에 소규모합병을 서두르는 주된 목적은 경영 효율성 극대화다. 상장사들은 공시를 통해 “중복된 기능을 통합하고 비효율적인 구조를 재편해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모회사가 100% 자회사를 합병하는 경우 연결재무제표 상의 숫자로는 합병 전후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미 두 회사는 회계적으로 하나의 경제적 실체로 간주돼 연결재무제표가 작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병이 이뤄지는 것은 실질적인 재무 및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합병 후 하나의 법인이 되면 두 법인에 각각 발생했던 회계 감사, 세무 신고, 공시, 등기 등 각종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자회사 운영을 위한 별도 출자 절차 없이 자금 운영의 유연성과 신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실적이 양호한 자회사를 흡수 합병할 경우 모회사의 별도 재무제표에서 자산 및 이익이 합산돼 부채비율 등 주요 재무 비율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모회사 개별 기업가치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주주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합병은 외형이나 연결실적에는 큰 차이를 만들지 않지만, 경영 효율성·재무 투명성 제고·세무절감 효과 등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수단”이라며 “기업들이 군살을 빼고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연말을 앞두고 선제적인 사업 재편에 나서는 등 경영 효율성을 높여 내년도 실적 개선을 위한 기반을 다지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