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급습 후폭풍에 한국 기업 미국 투자 철수·보류 확산”

WP “최소 2개사 계획 취소, 4개사 보류 연장”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9월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있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직원들을 체포하는 모습. 서배너(미국)/AP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에서 9월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 이후 다수의 한국 기업이 계획했던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철회하거나 보류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가 인용한 동아시아 지역 고객을 둔 컨설턴트 2명과 변호사 1명에 따르면 이번 주 초 기준으로 개발 중인 프로젝트를 보유한 최소 2개 한국 기업이 미국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9월 현대차 조지아주 공장 단속 이후 중단했던 프로젝트의 ‘보류 상태’를 최소 4개 기업이 더 연장했다.

이들 기업들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인터뷰에 응한 변호사 및 컨설턴트들은 “고객사와의 비즈니스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익명을 요청했다.

앞서 미국 이민 당국은 9월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300명 이상의 한국인 노동자를 구금했으며 노동자들은 정부 간 협상 끝에 구금 7일 만에 석방됐다.

미국 상공회의소 산하 미국-한국 경제 협의회 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국제 비즈니스 컨설턴트는 “미국 내 건설 부지를 물색하던 한 한국 기업이 이민세관집행국(ICE) 단속 이후 지금 미국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한국으로 투자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덴버의 이민 전문 변호사 크리스 토머스는 “한국에 본사를 둔 한 기술 기업 고객이 현대차 공장 급습 이후 미국 진출 계획을 접고 한국 혹은 인도 내 확장으로 선회했다”면서 “일본과 한국의 다른 고객들도 ‘지금은 모든 걸 잠시 멈춰야겠다’며 프로젝트를 보류 중”이라고 알렸다.

WP는 이 같은 투자 회피 움직임은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 이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방한 기간 중, 미국이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3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를 약속했다. 또 한국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자동차·반도체·조선·바이오테크 등 분야에서 수십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 왔다.

인트라링크의 클리브 전무는 “조지아 급습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주저하는 근본 원인은 혼란스러운 미국의 통치 구조와 불확실한 정책 환경이며, 이런 불안정성이 향후 몇 년간 미국 내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투자 친화적인 경제로 만드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행정부의 모든 구성원이 미국을 다시 제조·고용 중심 국가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