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서베이 황희영 대표 “기업 탐색형 '리서치 플랫폼', AI가 의사결정 돕는다” [이슈&인물]

입력 2025-1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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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보고서 중심 외주서비스에서
데이터 탐색ㆍ활용 플랫폼 전환해
AI 제언하는 '인사이트 위키' 공개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사진제공=오픈서베이)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사진제공=오픈서베이)
“저희는 리서치 기업이지만 리서치를 없애는 게 목표입니다”

14년 전 모바일 기반 리서치로 데이터 접근의 문턱을 낮춘 오픈서베이가 이번엔 인공지능(AI)으로 산업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는 “리서치는 늘 시간과 예산이 많이 들어 고객에게 부담이었다”며 “새롭게 선보이는 ‘인사이트 위키’를 통해 고객이 리서치를 하지 않고도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돕는 리서치 플랫폼, 오픈서베이

오픈서베이는 자사를 리서치 기업이 아닌 리서치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황 대표는 “리서치는 기업이 소비자를 이해하고, 그 이해에 기반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모든 활동”이라며 “과거의 기존 리서치 산업이 ‘보고서 중심의 외주 서비스’에 머물러 있었다면 오픈서베이는 데이터를 플랫폼 안에 축적·연결해 기업이 스스로 탐색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과거 리서치 기업들이 리서치 결과 보고서만 전달했다면 오픈서베이는 고객이 직접 데이터를 보고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해 스스로 데이터를 연결하고 새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AI를 본격 도입해 데이터의 활용 가치를 더욱 높인다. 오픈서베이는 자사의 리서치-경험관리 플랫폼 ‘데이터 스페이스’에 소비자의 피드백을 주제별로 자동 분류하는 ‘AI 텍스트 분석’과 리서치 노하우를 학습한 챗봇 ‘오시스턴트’ 등을 제공한다. AI가 데이터 정제·가공과 같은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문가의 노하우를 학습한 모델로 더 많은 고객에게 분석적인 조언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  

황 대표는 리서치 산업이야말로 AI의 잠재력을 가장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분야라고 봤다. 데이터 중심의 산업 구조 자체가 AI와 '찰떡궁합'이어서다. 그는 “리서치에는 사람이 판단하던 수많은 반복 작업이 있다. 데이터 정제, 가공, 분석 구조 설정 같은 것들”이라면서 “이제는 파이썬 코드 없이도 AI에게 ‘이런 형태로 정리해 줘’라고 말하면 훨씬 더 효율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훨씬 더 큰 임팩트는 효율성에 대한 페인 포인트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올 것”이라면서 “사실 리서치를 자주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리서치에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이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이들에게는 '해석'과 같은 부분이 물음표로 작용하며, 전문 인력의 도움이 꼭 필요했지만 이제는 AI가 이런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편한 지점)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 위키'로 2시간 걸리던 리포트를 2분 안에

AI 위력을 실감한 오픈서베이는 데이터스페이스 내 신규 AI 기능 '인사이트 위키'(insight wiki) 를 5일부터 외부 이용자들에게 공개한다. 인사이트 위키는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라면 언제 누구라도 인사이트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웹페이지 형태의 서비스다. 사내에 통합 데이터 아키텍처를 구축해 이를 바탕으로 인사이트 도출을 돕는다. 

사내 전체 데이터가 담긴 허브를 기반으로 ‘자연어 질의’를 진행하면, 리포트 형태로 인사이트를 도출해 준다. AI가 데이터를 읽고, 추론하고, 기업 상황과 결합해 제언해 주는 형태다. 황 대표는 “위키는 협업형 지식체계인데, 인사이트 위키는 여기에 ‘리서치 인사이트’를 담았다”면서 “단순히 데이터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AI가 로우(raw) 데이터를 읽고 주요 발견점을 요약하고, 사용자의 목적에 맞춰 해석까지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마케팅 담당자에게는 ‘어떤 메시지·채널이 효과적인가’를, 제품 개발자에게는 ‘어떤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가’를 제시한다. 동일한 데이터라도 사용자 목적에 따라 다른 인사이트 문서가 생성된다.

인사이트 위키는 오픈서베이의 10년 누적 데이터 자산 공개라는 실험과도 맞닿아 있다. 황 대표는 “그동안 저희는 트렌드 리포트를 PDF로만 제공했다”면서 “이번엔 그 리포트의 원천 데이터를 공개해 사용자가 스스로 보고서를 만들어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현재 클로즈드 베타 기간 동안 이 기능은 무료로 제공된다. 사용자들은 오픈서베이의 축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자 필요한 산업·직무 관점에서 새로운 리포트를 생성할 수 있다. 황 대표는 “이 데이터를 최대한 많은 사람이 써보길 바란다”며 “데이터 접근성과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올해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결국 인사이트 위키는 AI와 데이터 공개를 통해 ‘리서치의 속도·비용·활용범위’를 모두 극대화하는 셈이다.

황 대표에 따르면 30년 경력의 전문가가 이러한 리포트를 제작하는 데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인사이트 위키를 활용하면 2분 내 확인을 할 수 있다. 1년 차 팀원도 인사이트 위키를 이용하면 매일 하나 이상의 데이터 리포트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사진제공=오픈서베이)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사진제공=오픈서베이)

'인사이트 위키'는 시작일 뿐⋯오픈서베이의 AI 여정 출발

인사이트 위키는 오픈서베이 AI 여정의 출발점일 뿐이다. 황 대표는 이미 더 큰 두 번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오픈서베이는 ‘의도 기반 검색’을 고안하고 있다. 위키 문서들이 쌓이면 사용자 질문 의도에 따라 관련 인사이트를 즉시 찾아주는 AI 검색엔진이 필요한데 키워드가 아니라 '질문'으로 검색하는 시대에 맞춰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능력을 장착한 것이다.

오픈서베이의 또 다른 핵심 구상은 ‘AI 패널’ 프로젝트다. 그는 “응답자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AI 트윈을 가지게 되는 개념을 생각 중”이라며 “이미 수년간 활동한 회원들의 데이터와 성향을 학습한 AI 에이전트를 생성하면 특정 타깃 소비자 그룹의 반응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뷰티 산업 관계자가 ‘20대 여성 얼리어답터’의 반응을 알고 싶다면 이 AI 패널을 활용해 실제 설문 이전에 가상의 모델링을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 비전”

황 대표가 설정한 단기 목표는 명확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픈서베이의 인사이트 위키를 활용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황 대표는 “올해는 매출보다 사용자의 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오픈서베이는 기존 기업 고객 매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더 많은 기업과 개인이 데이터를 ‘직접 쓸 수 있는 사용자’로 전환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인사이트 위키를 사용하려면 데이터 스페이스 플랫폼 가입이 필요하다. 따라서 위키의 확산은 곧 오픈서베이의 사용자 기반 확대와 직결된다. 그는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지만 올해는 월간활성사용자(MAU)를 주요 지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리서치의 개념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황 대표는 “고객 입장에서 리서치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목적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것, 더 정확한 결정을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리서치를 없애는 것이다. 고객이 데이터를 바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오픈서베이가 AI와 함께 가는 방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로벌 진출, 일본으로 먼저 확장

오픈서베이는 AI 플랫폼 고도화와 함께 해외 시장 진출도 병행 중이다. 가장 먼저 문을 연 곳은 일본이다. 최근 첫 번째 일본 대기업 고객이 생겼으며, 한국에서 쌓은 제품 완성도와 고객 지원 역량을 그대로 적용 중이다. 황 대표는 “일본의 리서치 시장은 디지털 전환이 한국보다 늦다”며 “현지 대형 기업들이 내부 툴 중심으로 바꾸는 데 그치며 실제 고객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지 않다. 그 지점이 오픈서베이의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일본 시장의 기업 구조가 한국과 유사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대기업 중심 문화, 제조업 기반의 디지털 전환 수요 등이 비슷해 오랜 기간 축적한 서비스 노하우를 그대로 이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 대해서는 “아직 탐색 단계”라고 그는 밝혔다. 오픈서베이는 우선 한국과 일본에서 인사이트 위키와 AI 기능의 최적 조합을 검증한 뒤, 시장 진입 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AI 시대에도 데이터의 원천은 여전히 사람”

AI 시대가 도래했지만 황희영 대표는 ‘인간 데이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AI는 학습 데이터가 있을 때만 추론이 가능하다”며 “그런데 진짜 원천 데이터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서 나오고, AI는 절대 그 부분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오픈서베이가 만드는 것은 데이터 플랫폼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을 더 잘 드러내고 전달할 수 있는 도구라는 설명이다. 리서치에서 AI로의 전환은 기술 변화이면서 동시에 ‘사람 중심의 데이터 생태계’로의 진화다. 황 대표는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리서치의 본질은 더 선명해질 것”이라면서 “데이터를 잘 다루는 기술보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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