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양국 간 협력이 진전 중인 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의제를 직접 제안한 것으로, 한미 안보 협력의 범위를 한 단계 넓히려는 실질적 시도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데통령은 이날 오후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오후 2시39분부터 만나 확대 오찬 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 정상의 회담은 총 87분간 진행됐다. 다만 회담 후 별도의 합의문 발표나 공동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회담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외교 분야 참모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양국 간 경제·외교 협력 강화를 위한 폭넓은 논의가 진행됐다. 한국 측에서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주요 경제·외교라인 참모들이 모두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관세·통상 협상의 주요 인사들이 전원 배석했다. 지난 8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구축된 ‘핫라인’을 유지해온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함께했다.
특히 이날 이 대통령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요구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전에 충분히 자세한 설명을 해드리지 못해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추진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감시대상으로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수중전력까지 직접 거론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중국과의 긴장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에 동참하는 형식으로 목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협의 진전’까지 언급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부문의 실질적 협의도 진척될 수 있도록 지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지난 8월 말 워싱턴DC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자력협정 개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후속 절차가 지연되는 상황을 직접 타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러면서 "한미관계는 동맹의 현대화를 통해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대한민국도 방위비 증액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 자체적 방위역량을 대폭 키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간절히 원했던 김정은 북한 복무위원장과의 만남은 불발됐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한반도에서 당신들(남과 북)이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