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장기 표류 우려를 낳았던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에 따라 당장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던 국내 자동차 업계는 월 5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 부담에서 벗어나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철강·반도체 등 여타 핵심 품목의 관세율 문제가 '세부 협상' 과제로 남아 있어, 완전한 해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업계는 '징벌적 관세'에 신음해왔다. 미국이 경쟁국인 일본, 유럽연합(EU)과는 15% 자동차 관세에 최종 합의한 반면, 한국산 자동차에만 협상 지렛대로 25%의 고율 관세를 물려왔기 때문이다.
경쟁사들보다 10%포인트(p)나 높은 관세 장벽 탓에 업계는 월 5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실제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보다 7.5% 줄며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번 정상회담 타결로 이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업계는 일본·EU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다시 마련하게 됐다.
다만 자동차 관세라는 최악의 카드는 철회됐지만 다른 핵심 품목들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미국의 관세 정책은 올해 7월에 타결된 '상호 관세(15%선)'의 기본 틀과 별개로, 무역확장법 232조(안보 위협) 및 미국 내 생산 유치(투자 압박)를 목적으로 한 고율의 '품목별 관세'가 혼재돼 매우 복잡하게 운용되고 있다.
미국은 올해 6월경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국가 안보를 이유로 들어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 조치했다. 이는 올해 7월 합의한 상호 관세(15%)와는 별개로 적용되는 '징벌적 관세' 성격이 강하다.
핵심 쟁점은 이 관세가 단순히 철강 원자재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변압기, 가전제품, 볼트, 너트 등 철강이나 알루미늄이 포함된 400여 개의 '파생 상품'에도 동일한 관세가 적용된다.
반도체는 현재 미국의 '미국 내 생산' 압박이 가장 거센 품목이다. 미국 행정부는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해외 기업의 반도체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위협해왔다.
EU, 일본 등 미국과 무역 협상을 최종 타결한 동맹국들은 이 관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상한선을 약속받았다. 한국 역시 올해 7월 합의 당시 '최혜국 대우'를 근거로 15% 상한 적용을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 이 세부 사항이 최종 문서화되지 않아 "세부 협상"이 진행 중인 핵심 쟁점 사안이다.
의약품 역시 반도체와 상황이 거의 동일하다. 100% 고율 관세 부과가 이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미국 정부가 화이자(Pfizer) 등 대형 제약사들과 미국 내 투자 및 약가 안정 협상을 타결하면서 이 조치는 전면적으로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은 100% 관세 위협에서는 일단 벗어났으나, EU·일본과 같은 15% 상한선을 확정받기 위해 세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최악의 상황이었던 자동차 관세 장벽을 허문 것이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성과"라면서도 "철강·반도체 등 여타 품목의 관세 장벽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