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시내 곳곳 벌써부터 '통제'...해외 정상 맞을 준비에 분주
CEO서밋 열리는 예술의 전당도 리허설·설치작업 마무리 중
붐비는 인파에 주말 같은 황리단길...식당·가게 앞줄 선 사람들

‘천년고도 경주’가 전 세계 각국 인사들로 붐비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이 27일부터 시작되면서 경주 일대는 국제행사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27일 오전 KTX 신경주역에는 외국 대표단과 취재진, 행사 관계자들이 캐리어를 끌며 연이어 도착했다. 역 내부에는 영어·중국어·일본어 안내문이 붙었고, 출입구 앞에는 ‘APEC 환영센터’가 설치됐다. 이곳을 둘러싼 6개의 LED 기둥에는 “WELCOME TO GYEONG JU”라는 문구와 함께 탈춤, 석굴암 등 주요 관광지 사진으로 경주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었다. 경찰과 공항공사, 코레일 직원들이 합동으로 질서 유지를 맡고 있으며, 행사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로 향하는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되고 있다.

경주 시내 곳곳이 사실상 ‘통제 구역’처럼 바뀌었다. 주요 도로에는 교통 통제를 위한 경찰차와 순찰 인력이 대거 배치됐고, 호위 차량 행렬이 지나갈 때마다 리무진을 에워싼 경찰 오토바이와 경호 차량이 일제히 속도를 맞췄다. APEC 정상들을 맞이하기 위한 경호 준비가 이미 본격화된 모습이다.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주변은 막바지 준비 작업으로 분주하다. 행사장 입구에는 대형 장비를 실은 트럭이 수시로 드나들고, 관계자들은 전시 설비와 조명 장비를 옮기느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취재진의 접근은 전면 통제됐지만, 유리 벽 너머로 보이는 내부는 이미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단장돼 있었다. 해외 정상과 기업 CEO를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진행되는 경주 예술의전당도 세계 주요 기업과 정상급 경영인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다. 예술전당 내외부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국내 주요 그룹의 홍보 부스가 설치됐다. 각사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등 신기술을 전시하며 세계 각국에서 모인 경영인과 투자자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메인홀인 2층 화랑홀 무대에서는 리허설이 이어졌다. 리허설장에는 조명과 음향을 점검하는 스태프들의 움직임이 쉴 새 없었다. 이곳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해 매트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등 글로벌 산업 리더들이 올라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야외공연장에는 ‘K-웨이브 플레이그라운드’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는 무형문화재와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28일 정식 오픈을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전시 부스도 마련돼 세계 각국 방문객들이 ‘K-컬처’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인 황리단길에는 주중인데도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까지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황리단길에 있는 간식 가게에서 근무 중인 최우리(23세·여) 씨는 “주중인데 주말처럼 사람이 많다”며 “10월 말에는 단풍 보러 온 사람들로 원래 붐비는데 이번에는 APEC 정상회의까지 겹치면서 황리단길이 더 활기차진 거 같다”고 말했다. 찬 바람이 불면서 다소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음식점엔 길 줄이 늘어서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한옥으로 된 음식점 앞에서 사진을 찍는 등 여유롭게 경주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십원빵이나 쫀드기 등 간식 가게 앞에는 더 많은 사람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한 한국에서 새로운 맛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가족 여행을 온 시어도어(57세·남)는 “한국은 길거리 음식이 유명하다고 해서 오기 전부터 기대감이 컸다”며 “경주에서 먹을 수 있는 간식은 다 먹고 가는 게 목표”라며 웃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