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희소한 보험사, 인수 관심 지속 전망
"금융지주, 비은행 M&A 활발해질 것"

2022년 금리 인상기에 터진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급격히 침체했다. 저축은행의 주요 수익 원이던 부동산 PF 시장이 무너지면서 저축은행들의 부실 우려가 커졌고, 몇 곳은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서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보험사의 경우 우리금융지주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인수를 저울질하다가 최근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했다. 그 외에도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등 여러 보험사가 매물로 나와 있지만, 딜 클로징(완료)까지 이어진 곳은 일부에 불과하다.
저축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업계는 규제산업인 만큼 당국의 눈치도 봐야 되고, 현재 매물로 나온 우량기업이라고 할 만큼 좋은 기업이 많지 않다. 금융권 M&A가 활발하지 않은 데 대해 조장균 삼정KPMG 전무는 "전반적으로 2023년부터 본격화된 부동산 PF 이슈 등으로 추가적인 충당금 설정에 대한 리스크로 인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한 부분이 있고, 중대형 금융기관을 인수할 만한 투자자층의 부족 때문"이라고 짚었다. 다만, 오히려 지금이 인수 적기라고 조언했다. 업황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매도자 측 눈높이도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조 전무는 2008년 삼정KPMG에 합류한 이후 M&A 자금 유치와 기업가치 평가, 재무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삼정KPMG의 금융업 M&A 스페셜리스트로서 관련 분야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삼정KPMG 입사 전 생명보험사 M&A 관련 부서에서 업무를 맡은 경험을 통해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기점으로 여러 금융사 M&A 딜에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2010년대 초반 저축은행 사태로 매물로 나온 솔로몬·한국·미래저축은행 매각 자문과 JB금융지주의 광주은행 인수 자문을 맡았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의 가교 보험사인 예별손해보험과 수도권저축은행 매각 자문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5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395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6528억 원 늘었다. 조 전무는 "작년까지만 해도 저축은행 업계에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더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면서 "그만큼 인수 후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 하는 리스크가 있었지만, 최근 실적이 개선되고 부동산 PF 우려도 많이 떨쳐 낸 상태"라고 말했다.
금융업이 규제 산업이다 보니 당국의 기조를 잘 살펴야 하지만, 결국 당국의 규제가 금융사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일조한다고 설명했다. 조 전무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도 부동산 PF 부실 때문이었다"며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때도 과거의 저축은행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지만, 결국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곳은 세 곳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에서 대출 등을 규제한 것이 건전성 유지에 기여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들이 본업에 집중하면 정상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누가 더 차별화할 수 있느냐는 각자의 영역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조 전무는 부동산 미분양 사태가 지속되면서 저축은행들도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부동산 PF 부실이 몇 년간 이어졌고, 저축은행들도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계속 쌓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발 빠른 투자자들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저축은행 인수 문의가 조금씩 들어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 전무는 "원매자들이 인수에 나설 때는 성장성과 수익 개선 가능성을 중요한 투자 포인트로 본다. 당장 부실이 있어도 턴어라운드할 수 있는 여력 혹은 확신이 있어야 인수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는 "딜이 완료된 보험사들은 계속 이익이 나고 있어 우량하다고 평가받는 곳"이라며 "결국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곳들은 원매자 입장에서 인수 후 추가로 자금을 투입했을 때 회사가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지만, 그 확신이 아직은 강하지 않아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라며 "또한, IFRS-17 도입 외에도 보험업 관련 규제가 나올 수 있어서 불확실성을 품고 인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헙업은 인구 감소와도 연관이 깊다고 설명했다. 조 전무는 "고령화로 인해 보험업계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결국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서는 가입자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제반적인 인구 환경과 규제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딜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고 진단했다.
일반적인 M&A 시장에서 활발하게 투자 및 매각을 진행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금융사 딜 성공 사례가 부족한 점도 금융권 M&A 시장 부진의 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PEF가 금융사를 인수해서 성공적으로 매각한 사례가 많지 않다"며 "현재 PEF가 보유 중인 금융사 매각의 결과가 향후 금융권 M&A 분위기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큼 해당 매각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생보사 대비 손보사의 매각이 흥행하지 않는 것은 업에 대한 선호도 때문이라기보다는 결국 인수자의 사정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그는 "금융지주나 전략적투자자(SI)들이 손보사보다 생보사에 단순히 선호도가 높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IFRS-17 규제가 본격화했을 때 오히려 손보사가 더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고 말했다.
조 전무는 "손보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생보사보다 적어 희소성이 있다"며 "판매 상품 측면에서도 생보사는 퇴직연금, 생명보험, 정기보험 등으로 특정돼 있지만, 손보사는 펫보험 등 산업이 진화함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손보사 딜이 무산됐다고 이야기가 나오는 곳도 가격 눈높이 차이 때문이지 손보사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낮은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조 전무는 내년에는 금융권 M&A가 올해보다는 활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저축은행들의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고, PF 부실도 정상화되는 추세"라며 "올해보다는 저축은행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처음 저축은행들이 매물로 나왔을 때보다 매도자 측 눈높이가 어느 정도 낮아져 있는 상태"라며 "실적은 회복세를 보이고, 매도자 측 눈높이는 낮아지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전무는 저축은행뿐 아니라 금융사 M&A를 노리기 좋은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매도자 측 가격 눈높이가 많이 내려간 상태"라며 "경제가 안정화되고, 금융사의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면 다시 높아질 것이 뻔해 '공포에 사라'는 주식업계 격언처럼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로 거래를 넓히면 비은행 관련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 전무는 "금융지주사들이 비이자이익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은행의 이자 수익이 아직도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사실"이라며 "결국 금융지주사들도 비이자이익을 높이기 위해 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미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