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외교 무대지만 정치·경제적 기대 효과 상당
"관세협상 서두를 필요 없어...속도보단 결과물에 집중해야"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좁게는 경북 경주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넓게는 글로벌 브랜드 가치와 국가 이미지 강화로 경제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이후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북 경주에서 열리다 보니 인접 도시인 대구, 감포, 부산 등은 관광으로 한 번 들렀다 갈 수 있지 않겠냐"면서도 "단발성으로 왔다 가는 행사다 보니 주변 지역들에 엄청 큰 낙수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군 특성을 보면 관세로 인해 고생하는 게 자동차, 철강인데 경북 경주 주변 도시인 울산, 부산, 대구 등 우리나라 동남권이 대표적"이라며 "품목 관세는 우리나라만 부과하는 게 아니다 보니 이쪽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다른 나라와 함께 모색해볼 수 있을 거 같고 외국 대응은 어떤지 살피는 게 또 다른 낙수효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국내 경제뿐 아니라 기업들이 기대하는 경제효과도 상당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번 APEC 정상회의 경제효과는 약 7조4000억 원, 고용창출도 2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정부 간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 글로벌 CEO(최고경영자) 서밋에서는 경제 의제를 선제적으로 논의하고 국내외 기업들의 사업 확대, 신기술 협력 파트너십 체결 등의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허 교수는 인공지능(AI)이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주요 프레임 정책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딱히 나온 게 없다"며 "구체화하는 측면에선 우리나라가 어떤 AI 비전 있는지 다른 나라에 보여주고 다른 나라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AI 플랜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외교무대지만 정치적으로도 주목도가 높다. 한미, 미·중 정상회담은 물론 각국 수장들 간 크고 작은 양자, 3자 회담도 예상되어서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세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APEC 정상회의 기간에 어떻게든 관세 협상의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접근보다는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우 교수는 "너무 미국 스케줄에 끌려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우리나라가 견딜 수 있는 안이 아니다"며 "(APEC 정상회의 기간) 겸사겸사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에) 좋지 않은 타결안이면 조금 더 시간을 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 교수는 "예컨대 북미회담 성사되면 직접적 경제적 문제는 아니지만, 관세문제도 같이 묻어갈 가능성 있다"며 "'서두르되 천천히, 빠르되 천천히'라는 말이 있듯이 중요한 이슈지만 빨리만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허 교수는 "이번 APEC 정상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들어갈 틈이 많지 않아 보이지만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상징적으로라도 지난 8월 정상 간 만남 이후로 계속해서 관계가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허 교수도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반드시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지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관세 협상을 APEC 정상회의 타임라인에 맞추다 보면 시간에 쫓겨 원하는 것을 다 얻지 못할 수 있다"며 "계속해서 조율하는 과정을 가져가야 좋은 협상 결과물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