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한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만에 서울 아파트 매물이 5400건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례없는 강력한 수준의 규제가 발표되며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은 모습이다.
22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 매물은 이날 기준 6만8618건으로, 7만4044건이었던 일주일 전 대비 5426건(-7.3%) 감소했다. 경기 지역에서는 일주일 전 18만598건이었던 매물이 이날 기준 17만7083건으로 줄며 3515건(-2.0%)이 없어졌다. 서울과 경기에서 매물 총 8941건이 사라진 셈이다.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아파트와 '동일 단지 내 아파트가 1개 동 이상 포함된 연립·다세대주택'을 매매할 경우 2년 실거주 의무가 생긴다. 이에 따라 전세를 끼고 매매거래를 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 전세 계약 기간이 남은 아파트는 매매 허가를 받을 수 없게 돼 여기에 해당하는 매물이 사라진 것으로 해석된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규제 직전까지 신고가가 이어지는 등 과열됐던 '한강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크게 감소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매물 감소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성동구와 동대문구였다. 성동구의 경우 규제가 발표된 날 1556건에서 이날 기준 1331건으로 14.5%(225건) 감소했으며, 동대문구는 2577건에서 2203건으로 14.5%(374건) 줄었다.
이어 감소율이 높았던 자치구 상위 10곳을 살펴보면 성북구(-13.7%), 강서구(-13.4%), 마포구(-12.3%), 동작구(-11.7%), 광진구(-11.7%), 서대문구(-11.3%), 강동구(-11.2%), 종로·노원구(-8.2%) 등 순이었다.
이 같은 규제에도 일명 '현금부자'가 포진한 서울 강남3구와 용산은 감소폭이 가장 적었다. 전체 자치구 중 강남구는 규제 발표 이후 매물이 단 51건(7164건→7113건) 줄어 감소율이 -0.7%로 가장 낮았다. 이어 용산구(-1.1%), 서초구(-1.2%), 송파구(-2.4%) 등 순으로 매물 감소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허구역 규제에 포함된 경기 일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경기 지역 중 매매 매물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하남시로 2808건에서 2283건으로 무려 18.7%가 감소했다. 이어 △과천시(-17.3%) △용인시 수지구(-17.3%) △성남시 수정구(-16.1%) △성남시 분당구(-16.0%) △안양시 동안구(-14.2%) △수원시 영통구(-11.3%) △의왕시(-9.5%) △광명시(-7.6%) △성남시 중원구(-6.6%) 등 순으로 매물이 줄었다.
본지 자문위원인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갭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실수요자만 진입하는 시장이 됐기 때문에 당분간은 매매 시장이 잠잠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매 물건이 줄면서 전세 시장까지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대를 제한하는 규제가 이어지면서 전세 물량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에 포함된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물건 감소 추세는 이미 시작됐다. 규제 지역 중 일주일 동안 전세 매물 감소폭이 가장 컸던 곳은 서울 동대문구로 1132건에서 981건으로 13.3%(151건)가 줄었다. 이어 경기 성남시 수정구(-12.9%), 성남시 중원구(-8.6%), 서울 관악구(-7.4%), 경기 안양시 동안구(-7.1%) 등 순으로 전세 매물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본지 자문위원)은 “갭투자가 막히면서 전세도 매물이 차츰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부터 공급이 줄어들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전세에 대한 공급 우려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후속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