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 13층에 들어서니 대형 증권사 딜링룸처럼 모니터와 대시보드가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세계 주요 도시 시각, 환율, 온갖 원물 가격이 실시간 표시되는 이곳은 ‘글로벌 MI(Market Intelligence)룸’이다. CJ제일제당이 글로벌 원재료 관련 시장 데이터를 관리, 분석하는 핵심 시설이다.
28일 이곳에서 만난 신동명 MI팀장은 “좋은 구매란 언제, 얼마에, 얼만큼 사느냐에 달렸다”며 “시시각각 바뀌어 사람이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원재료 시장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보완하기 위해 만든 곳이 바로 MI룸”라고 소개했다. 전쟁, 기후변화 등 예측불허 변수가 많아지면서 원자재 변동성은 더 커졌고 기업의 구매원가 부담은 늘어났다. 국내 1위 식품사인 CJ제일제당도 예외는 아니다. 회사는 급변하는 국제상품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고 판단해 2019년 MI룸을 구축했다.

CJ제일제당의 원재료 구매액은 연간 약 10조 원에 달한다. 농산물이 4조 원가량으로 가장 비중이 크며 MI룸도 농산물 구매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신 팀장은 “원당·원맥·대두 등 국제 시장에서 다루는 원재료와 국내에서 거래하는 돈육·포장재·에너지까지 구매 영역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가격이 가장 변화무쌍한 품목은 원당이다. 신 팀장은 “원당은 실수요자보다 투기 목적 거래자가 훨씬 많아, 외환시장보다 2배 정도 변동성이 있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의 MI룸은 초기엔 외부 가격 데이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물리적 공간에 그쳤다. 그러다 진화를 거듭해 현재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알고리즘 구축 등 소프트웨어까지 다룬다. 실시간 변하는 원재료 시장 데이터를 가공·분석해 구매자의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 개설 초기 구매팀에 있었던 신 팀장은 대시보드 구축 TF(태스크포스)에 합류하면서 데이터 분석, 대시보드 개발 업무를 맡았다. 이후 MI팀장으로서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파생 거래 알고리즘 개발 등을 주도했다.
신 팀장의 하루는 MI룸 대시보드를 살피는 것부터 시작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24시간 거래되는 시황성 상품의 데이터와 지표가 띄워져 있고, 이에 맞는 거래 가이드가 산출된다. 이를 바탕으로 구매 물량과 시점 등을 결정하고, 중장기적 흐름이나 변화 대응 회의를 한다. 또 다양한 품목의 글로벌 거래처와 교류하고 전략을 수립한다. 신 팀장은 “매일매일이 조금씩 다르지만, 데이터 기반 회의와 구매 실행이 MI팀의 주업무”라며 “구매 업무의 매력이자 단점은 매일 상황이 변하기에 의사결정에 따른 평가가 바로 다음날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MI룸은 시장을 효과적으로 분석·예측·관리할뿐 아니라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에 변화를 이끌어 주목받는 곳이다. 예전엔 노하우가 풍부한 구성원의 경험 기반 의사결정 비중이 컸다면 지금은 방대한 데이터와 확률적인 추론모델 참고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팀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구매 의사결정의 전반적인 구조를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를 주로 다루긴 하지만 사실 데이터로만 할 수 없는 일도 참 많다”며 “사람이 통찰력을 발휘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구성원들이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데이터 지원 환경을 견고히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