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전세·갭투자 구조를 사실상 봉쇄하며 실거주 중심의 주거 질서 재편에 나섰다. 앞서 6·27과 9·7 대책에서도 전세대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한 만큼, 전세 축소와 공공임대 확대로의 흐름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임대차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선 민간임대 축소에 대한 보완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공임대 확대만으로는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0·15 대책에서 실거주 의무를 강화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차단하고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시켰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성남 분당 등 경기도 12곳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며 ‘3중 규제’가 도입됐다. 규제지역 내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이내 전입 의무가 생기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실거주 2년이 의무화된다.
그동안 DSR은 무주택자 중심으로 적용됐지만 이번 대책으로 1주택자도 소득 대비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만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해 추가 주택을 매입하거나 전세를 레버리지(빚을 이용한 투자) 수단으로 쓰던 구조는 사실상 차단됐다.
정부는 전세대출이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매매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이번 대책에 전세 규제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세대출 규모는 2015년 46조 원에서 지난해 말 200조 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전체 증가율이 연평균 5.8%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세대출은 명백히 ‘과잉 성장’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기조는 이번 대책만의 특징이 아니다. 정부는 앞서 발표한 두 번의 부동산 정책에서도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며 전세 중심의 시장 구조를 점진적으로 재편해왔다.
6·27 대책에서는 수도권·규제지역에서의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하고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90%에서 80%로 낮췄다. 이어 9월 ‘9·7 대책’에서는 수도권·규제지역 내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보증기관과 관계없이 2억 원으로 일원화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6·27→9·7→10·15로 이어지는 세 차례 대책이 모두 전세의 축소를 전제로 하고 있어 정부가 의도적으로 실거주 중심의 시장 구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공공과 민간 임대 부문을 다시 설계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8월 발표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현행 8%에서 2030년까지 1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정부는 9·7 공급 활성화 대책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공공기관의 매입임대 및 공공임대 착공 확대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민간임대 공급 위축에 따른 임대시장 공백을 공공부문이 일부 보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임대차시장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15 대책이 실거주 중심의 시장 질서를 강화한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민간임대 공급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0·15 대책에도 임대차시장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긴 어렵다”며 “민간임대사업자의 주택 구입 대출 제한으로 공급이 줄고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계약 기간이 늘어나면 민간임대 재고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공공임대 공급 확대 의지를 밝혔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며 “연착륙을 위해 LH 임대상품 경쟁력 강화와 민간임대 재고 유지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