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가 K-푸드에 열광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예산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연욱 의원(국민의힘·부산 수영구)은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한국을 찾는 이유가 '음식'인데, 정부는 관련 예산부터 줄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3천만 관광객 시대'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4 외래객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80.3%가 방한 이유로 '식도락 관광'을 꼽았다.
이는 쇼핑(80.2%)을 근소하게 앞선 수치다. 자연경관 감상(53.7%), 역사·유적지 방문(38.8%)은 그 뒤를 이었다.
정 의원은 "이제 외래 관광객의 관심은 전통문화보다 '한국 음식을 직접 경험하는 것'으로 옮겨갔다"며 "이는 명백한 산업 구조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 흐름은 내국인 여행에서도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행 활동 중 가장 높은 응답은 자연경관 감상이었지만, 두 번째는 음식관광이었다.
'무엇을 보러 가는가'에서 '무엇을 먹으러 가는가'로, 관광의 무게 중심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한국관광공사의 정부 지원 예산은 2023년 4,140억 원에서 2025년 3,680억 원으로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음식관광 관련 예산은 20억 원에서 12억8천만 원으로 36% 삭감됐다.
전체 예산 감소폭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정 의원은 "관광공사는 매년 '음식관광 활성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홍보 행사만 반복하고 있다"며 "외래객의 실제 체험이나 소비로 연결되는 구조는 여전히 부족한데, 오히려 예산이 줄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정부가 말하는 3천만 관광객 시대가 실현되려면, 가장 먼저 투자해야 할 분야가 음식"이라며 "관광은 경험 산업이고, 경험은 입으로 기억된다. 그럼에도 음식관광 예산을 줄였다면 이는 정책 인식이 뒤처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한다. 한 관광학 교수는 "한류 콘텐츠의 최전선은 이제 드라마나 K-팝보다 K-푸드로 이동했다"며 "정책이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관광 한류’의 지속성은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