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을 열었습니다.”
GC녹십자가 세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결국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혈장 기반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Alglio)’의 허가를 받아냈다. 국산 신약으로는 8번째, 바이오 신약으로는 4번째 FDA 승인이며 국내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혈액제제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가속화 전략 토크콘서트’에서 이재우 GC녹십자 개발본부장은 “2015년 면역글로불린 5% 제품에 대해 FDA 허가를 신청했지만, 좌절을 겪었다. 2021년 농도를 10%로 끌어올려 재도전했지만 허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세 번째 실패를 겪었지만 우리는 FDA 허가를 자신했다. 받을 만해서 받았다. 실패할 때마다 역량을 올렸고, 임계점에 도달해 허가를 받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제약산업이 해외 시장이 진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취약점으로 이 본부장은 ‘화학·제조·품질관리(CMC)’와 ‘품질(Quality)’을 꼽았다. 그는 “FDA의 허가 거절 사유의 70%가 CMC와 품질관리 문제”라며 “알리글로 역시 세 차례의 CRL을 받은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FDA는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을 공장 내 생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연구소 단계부터 생산, 판매까지 전 주기적으로 품질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는지 본다. 바로 QbD(Quality by Design)의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제약산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파이프라인과 생산기술을 갖췄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블록버스터 신약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이 본부장은 “여전히 글로벌 규제 대응과 CMC 설계, 문서 일관성 등에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 역량을 채우지 못하면 미국과 유럽 시장 진입은 어렵다”고 단언했다.
임상과 허가 외에도 마케팅, 영업 분야에서도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FDA 허가만으로 끝이 아니다. 미국 시장은 단일 보험체계인 한국과 달리,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과 민간보험사, 대형 도매상 등 복잡한 유통 구조를 갖고 있다”며 “가격 결정과 처방은 이들 이해관계자의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품의 경쟁력과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고, 보험사 및 PBM과의 전략적 협상, 영업·마케팅 전문성을 갖춰야만 시장 안착이 가능하다”며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마켓 접근 전략까지 포함한 통합적 글로벌 역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본부장은 “식약처는 규제기관이자 동시에 한국 신약개발을 촉진하는 동반자”라면서 “공무원 처우 등의 문제로 두 번째 미션이 퇴색되는 게 사실이다. 발전적인 로드맵을 그릴 때 제조사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브레인스토밍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