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직접수사 범위서 배임죄 제외되면

검찰이 ‘형법상 배임죄’를 직접수사 범위에서 제외하면 산업기술 유출 대응에 공백이 생긴다는 의견서를 이르면 이달 중 법무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입증이 까다로워 그동안 구성요건이 넓은 배임죄가 수사의 ‘진입로’ 역할을 해왔는데 이 조항이 빠지면 기술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배임죄가 과잉 적용돼 정상적 경영 판단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대검찰청은 최근 입법 예고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과 관련해 일선 검사들로부터 의견을 취합 중이다. 일선 검찰청에서는 ‘기술유출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업무상 배임을 기술범죄 범주 안에서 한정적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 제출됐다. 대검은 이를 검토한 뒤 법무부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수사 실무에 따르면 기업 내부 자료가 유출되면 통상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를 함께 적용된다. 이중 배임죄는 임무를 위배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 적용된다.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초기 단계에서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배임으로 인한 이득액 산정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공범 관계나 유출 경로 등을 추가로 입증하며 혐의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수사 초기 단계에서 가장 널리 쓰여왔다.
그러나 지난달 법무부가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을 수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기존 1395개였던 검찰의 수사개시 대상 범죄는 545개로 축소됐고 이 과정에서 형법상 배임죄가 제외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이득액 5억 원 이상)은 남아 있지만, 다수의 기술 유출 사건이 이에 해당하지 않아 초기 수사부터 막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는 기술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기면서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피해 규모가 늘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산업기술을 국외로 유출해 적발된 사건은 총 105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이달 초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정황을 포착하고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을 압수수색 했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술유출 사건을 기소할 때 업무상 배임이 제외된 사례가 거의 없다”고 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유출된 기술이 관련 법에서 정하는 국가핵심기술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알 수가 없다. 전문가들도 산업통상자원부에 문의해서 판단을 구하는 식"이라며 "국가 간 기술안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우리나라 기술을 해외 유출로부터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업무상 배임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상당수의 기술유출 사범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에서 기술유출 사건을 다뤘던 이덕진 중앙앤남부 변호사는 "산업기술보호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등에서 '형법상 업무상 배임의 '특별규정'으로 기술유출이나 영업비밀 범죄에 관해서는 업무상 배임죄 적용 예외의 배제 규정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추가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