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주소 요건 안 돼…재량권 남용 아냐"

국적 이탈을 신청한 복수 국적자에 대해 "외국 주소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신청을 반려한 법무부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최근 복수 국적자 A 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적이탈 신고 반려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05년 미국에서 태어난 복수국적자로, 한국 국적의 어머니와 미국 국적의 아버지 사이에서 출생했다. 2015년까지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같은 해 8월 부모와 함께 귀국해 인천 연수구의 한 국제학교에 다녔다.
이후 A 씨는 2022년 6월 미국으로 출국해 같은 해 7월 현지 총영사관을 통해 국적이탈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외국 주소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2015년 8월 이후 국내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었다"며 이듬해 9월 해당 신고를 반려했다.
이에 A 씨는 "국적법상 '외국에 주소가 있을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국적이탈을 막은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국적이탈 불허로 미국 연방공무원 지원이 제한되는 등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법무부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적법은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국적이탈을 허용하는데, 이는 국내에 생활 기반을 둔 자의 국적이탈을 제한해 사회적 위화감을 해소하고 병역자원 유출을 방지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적법은 주소를 별도로 정의하지 않지만, 민법상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을 의미한다"며 "생활관계의 중심지, 가족의 거주지, 자산 소재지 등 객관적 사실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 씨가 국내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다고 봤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의 아버지는 2015년 8월 입국 후 외국인등록을 마치고 취업비자(E-1·E-7)와 거주(F-2) 자격으로 국내 대학에 재직했으며, A 씨도 부모와 함께 인천 연수구 아파트에서 생활하다 아버지 출국 이후에도 어머니와 거주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2015년 8월 입국 후 국적이탈 신청을 위해 출국한 2022년 6월까지 미국에 체류한 기간은 19일에 불과하다"며 "국적이탈 신청 당시 생활 근거가 미국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제출한 외국거주 사실증명서에도 2005년 5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미국 거주로만 기재돼 있어, 신고 당시 본인도 생활 근거가 미국이 아님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 주소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 법무부장관은 재량 없이 신고를 반려해야 하므로,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