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용 둔화·실업률 상승 가능성도 언급
연내 추가 금리 인하 지지한 것
시장에선 연내 2번 금리 인하 예상

미국에서 유동성 축소 우려가 커지면서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밝혔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CNBC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학회(NABE) 콘퍼런스 공개연설에서 향후 몇 달 내에 연준의 보유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을 종료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충분한 준비금 상태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수준보다 좀 더 높은 지점에 준비금이 도달했을 때 양적긴축을 중단하자는 것이 연준의 오랜 계획”이라며 “향후 몇 달 내에 그러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결정을 하기 전 광범위한 지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은 방법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조치를 뜻한다. 통화 당국이 채권 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인 2022년 6월부터 팬데믹 대응으로 급증한 자산을 축소할 필요성을 느끼고 양적긴축을 재개했다. 연준은 만기가 도래한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 등에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9조 달러에 달했던 자산을 약 6조6000억 달러(약 9400조 원)까지 줄였다.
다만 양적긴축이 이어지면서 유동성이 축소 압박을 받고 증시도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면서 파월 의장은 연준이 양적긴축을 중단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향방에 관련한 질문도 받았지만 방향성에 대한 구체적 답변은 피했다. 그러나 고용 하방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해 사실상 추가 금리 인하에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8월까지 실업률은 여전히 낮았지만 고용 증가세는 가파르게 둔화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이민 감소로 인한 노동력 증가 추세가 꺾여 노동시장 참여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보다 덜 역동적이고 다소 약한 노동시장에서 고용의 하방 위험이 증가해온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구인 건수가 줄어드는 동안에도 실업률이 오르지 않는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실업률이 오르기 시작하는 지점에 곧 이를 것”이라며 “여기서 구인 건수가 추가로 더 줄어들면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연준 인사들이 28~29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연준이 올해 남은 두 차례의 FOMC에서 금리를 각각 0.25%p 내려 연 3.5~3.75%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장기간의 긴축과 고금리 정책의 후유증이 나오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비우량 자동차 담보대출 업체 ‘트라이컬러’의 파산 사태를 거론하며 신용시장의 과열이 꺼지기 시작한 첫 번째 징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동성이 감소하며 상대적으로 취약한 신용 섹터부터 부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트라이컬러의 파산은 신용시장에 일부 과잉이 있을 수 있음을 나타내는 징후”라며 “바퀴벌레를 한 마리 발견한다는 것은 아마 더 숨겨져 있다는 의미다. 신용 위기에 처한 기업이 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