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지난달 ‘자율주행시대, 한국 택시 서비스의 위기와 혁신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한국 택시산업이 세계 흐름에서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글로벌 자율주행 택시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50% 이상 성장할 전망이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운전자 없는 차량을 ‘시험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과 중국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혁신을 막고 있는 건 기술이 아니라 제도, 그리고 이해관계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택시의 69%는 개인택시이며, 운전자 10명 중 7명이 60세 이상이다.
심야시간 택시 잡기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자율 주행택시는 24시간 운행이 가능하고, 운전 인건비가 없어 요금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소비자는 변화를 원하지만, 제도는 이를 가로막는다. '타다' 사태 당시처럼 기술이 아닌 이해의 충돌이 발목을 잡고 있다.
택시업계는 즉각적인 반발을 했다. 전국 4개 택시 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25만 운수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방적 혁신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외국자본이 시장을 잠식하고, 기존 산업을 혁신의 방해꾼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정부를 향해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자율주행 기술이 불러올 산업 재편의 방향보다 '누가 피해를 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막는다고 해서 변화가 멈추는 건 아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규제를 통해 자율 주행 택시의 진입을 계속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국가 경쟁력 확보, 소비자 요구, 글로벌 기술 흐름을 고려하면 결국 도입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다. 한국은행은 자율 주행택시 진입 통로를 열되, 택시 면허 매입과 사회적 기금을 통한 출구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술의 흐름을 막는 대신, 변화의 충격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다. 언제까지 '혁신을 잠시 멈추는' 것으로 사회적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까. 타다를 불법으로 몰았던 그때처럼, 변화를 두려워한 결과는 결국 '기회를 잃는 것'이었다. 자율주행은 언젠가 도로 위를 달릴 것이다. 그때 우리는 또 뒤늦게 따라잡으려 허둥댈 것인가, 아니면 지금 스스로 길을 열 것인가.
혁신은 막을 수 없다. 다만 늦출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대가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