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자치구별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강동·강북 등 외곽 지역의 전세 물량이 급감한 반면, 강남·서초는 각각 30% 안팎 늘었다. 입주 물량과 수요자의 자금력 격차가 전세 시장의 지형을 갈라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곳에서 전세 매물이 줄었다. 이 중 12곳은 1년 만에 전세 재고가 20% 감소하며 공급 위축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의 중저가 실수요층이 밀집한 실수요 거주지인 강동·강북·노원 등 외곽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30~80%까지 급감했다. 반면 강남·서초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서초구는 3847건에서 5000건을 넘어섰고 강남구도 6000건에 육박한다. 두 곳의 증가분을 합치면 2461건이다. 이는 서울 전체 전세 감소분(-4445건)의 절반 이상을 상쇄하는 규모다. 최근 1년간 전세 공급 증가의 대부분이 강남권에 집중된 셈이다.
전체 아파트 가구 수 대비 전세 비중을 봐도 강남권 쏠림이 두드러진다. 서울시와 아실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 3961건으로 전체 가구 수 193만6000여 가구의 1.2% 수준이다.
하지만 서초구는 약 10만 가구 중 5065건, 강남구는 약 15만 가구 가운데 5902가구가 전세로 나와 4~5% 수준을 나타냈다. 서울 평균의 3~4배 정도로 서울 전세 시장의 중심축이 강남권에 형성돼 있는 것이다.
전세 기근 속에서 강남·서초의 물량이 유지된 배경에는 재건축·대단지 입주 사이클이 있다. 강남과 서초 일대에서는 최근 재건축 단지 준공이 이어지며 새 아파트 입주가 집중됐다.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3307가구)는 올해 8월 입주가 완료되며 전세 물량이 일시적으로 늘었다. 강남구에서도 다음 달 '청담 르엘' 입주가 예정돼 있다.
반면 외곽 지역은 입주 효과가 사라지며 공급이 급감했다. 강동구는 지난해 ‘올림픽파크 포레온’ 대규모 입주로 전세 매물이 늘었지만 올해는 입주가 마무리되며 전세 재고가 급격히 감소했다. 노원, 성북, 양천 등 신규 입주가 제한된 지역 역시 전세 공급 여력이 축소됐다.
여기에 6·27 대출 규제도 전세 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규제 이후 갭투자성 전세대출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대출에 의존하던 외곽 지역 임대인의 전세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강남·서초는 현금 여력이 풍부한 집주인이 많아 대출 규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단기적인 변동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서초는 재건축 준공과 대단지 입주가 이어지면서 전세 물량이 늘어났다”며 “신규 입주 단지가 많을수록 전세 공급이 유지되지만 외곽 지역은 입주가 거의 없어 전세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6·27 대출 규제 이후 전세대출이 사실상 막히고 금리 상승으로 임대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시장이 점차 현금 여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입주 시점의 소유권 이전 등기 과정에서도 단기 전세 물량이 집중되면서 강남권 쏠림이 더욱 심화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