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6·27 대출규제' 후 움츠렸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던 매매가격은 오름폭을 확대하는 중이고 시장 상황을 살피던 수요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면 '패닉 바잉'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9%를 기록했다. 6.27 대출 규제 이후 축소되던 오름폭이 9·7 주택공급대책 직후부터 3주 연속 확대된 것이다.
올해 2월 첫째 주 0.02%로 상승세를 시작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5월까지만 해도 줄곧 0.1% 안팎으로 오르다가 6월 들어 급등세가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6월 첫째 주 0.19%, 둘째 주 0.26%, 셋째 주 0.36%로 계속 커졌고 6·27 대출 규제 직전인 6월 넷째 주 0.43%로 정점을 찍었다.
그 뒤 6월 다섯째 주 0.4%, 7월 첫째 주 0.29% 등으로 오름폭이 작아졌고 8월 말~9월 초에는 주간 상승률이 0.08%로 떨어졌다. 하지만 9월 둘째 주부터는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6.27 대출 규제로 과열됐던 서울 아파트 시장의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는 셈이다.

가격 오름세를 뒷받침하는 거래량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월 1만 1045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6·27 대출 규제 직후인 7월 4050건으로 63.3% 감소했다. 8월에는 4200건 가량으로 증가했다. 9월 거래량은 4080건을 기록 중인데 남은 신고기한을 고려하면 5000~6000건 수준이 될 전망이다. 9월 거래량이 6000건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월 약 3300건에서 2월 6261건으로 늘었고 이때부터 매매가격 오름세가 나타났다.
자치구별로 보면 성동구의 거래량이 6월 740건에서 7월 102건으로 급격히 축소됐다가 8~9월 200건 이상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강동구와 동작구, 마포구, 성북구도 7월과 비교해 거래가 많이 늘었다. 다른 자치구도 대부분 7월보다 거래가 늘어난 모습이다. 거래량이 줄어든 곳은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뿐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6·27 규제는 강력하고 9·7 대책은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으나 심리를 잡지 못했다"며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추가 규제 가능성이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대책이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란 믿음을 못 주는 상태에서 규제 강화로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수요자들이 조급해졌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와 상승 지역 확대, 거래량 증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윤 위원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실물 자산 선호, 전세 상승 지속, 수요자의 불안 심리가 겹치면서 패닉 바잉 국면이 재현되는 양상"이라며 "이미 오른 가격을 규제로 누르면 역효과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꾸준히 공급 신호를 주는 데 집중하면서 시장이 자체적으로 숨 고르기를 할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