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식품기업들은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라면과 김밥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내고 있고 한국 배경의 콘텐츠 속 K푸드가 넷플릭스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어서다. 세계의 식탁을 K푸드가 과감하게 넘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이번 아누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6일(현지시간)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바스티안 밍글스(Bastian Mingles) 쾰른메세 식품기술부문 부사장과 얀 필립 하트만(Jan Philipp Hartmann) 아누가 총괄디렉터는 K푸드의 성장 가능성에 한 표를 던졌다. ‘아누가(Anuga) 2025’ 조직위 소속인 이들은 올해 아누가의 주빈국으로 한국을 선정한 배경에 대해 "아누가도 K푸드처럼 세계 시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밍글스 부사장은 "행사를 독일에서 열지만, 독일 기업 참가 비중이 가장 낮다"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고 트렌드에 발 빠른 K푸드와 K컬처가 아누가의 취지와 잘 맞는다는 점에서 한국의 주빈국 선정에 이견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향후 글로벌 식품 트렌드에 대해 '식음 산업의 급변'이라고 입을 모았다. 밍글스 부사장은 "비건(Vegan)과 단백질, 숙성제품 등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각 기업이 변화에 적응할 때"라며 "이 과정에서는 원료 수급이나 배송, 관세, 무역 규제 등 경제적 요소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관련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기호가 식품산업의 향배를 좌우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트만 총괄디렉터는 "근래 소비자들은 본인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요구에 따라 구매를 하고 있다"며 "제품 표기사항을 보고 어떤 영양소나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내가 무엇을 선호하는지 내 건강에 도움이 될지를 파악해 구입한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 식품 시장에 주목받는 분야는 대체육과 대체식품이다. 다만 두 사람은 대체식품에 대해선 "관련 시장이 급성장함에도 궁극적 대체제가 될 수는 없다"고 예단을 금했다. 하트만 총괄디렉터는 "2050년 전 세계 인구수가 100억 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대체식품은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부족 사태 일부를 해결ㆍ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그는 "인간은 해결점을 찾으려 하기에 그때가 도래하면 새로운 발전을 하거나 하이브리드 제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국의 식문화가 세계 곳곳에 안착하려면 어떤 노력과 고민이 필요할지 물었다. 하트만 총괄디렉터는 "일단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면서 "인도 카레도 처음엔 서양인들이 먹기에 너무 매워서, 인도에서 나오는 모든 소스가 덜 맵게 나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음식도 유럽 등으로 확장하려면 조리방법이나 레시피 등을 현지인의 눈높이에 맞춰 맵기를 조절하는 등 시도를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밍글스 부사장은 '다양한 식재료와의 조화'를 강조했다. 그는 '김치'를 예로 들며 "김치만 단독으로 먹을 순 없겠지만, 김치를 빵에 올려 먹거나 핫도그에 올려 먹고 치즈와 함께 구워 먹는 등 선호하는 음식에 곁들이면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재창조할 수 있으므로 여러 도전과 시도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한국 식자재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해외시장에 일단 진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에게 K푸드를 좋아하는지 묻자 "주변에 한식당이 별로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밍글스 부사장은 "제가 사는 지역은 한식당이나 K푸드 메뉴가 잘 보이지 않는다. 딸아이도 K콘텐츠나 K푸드를 좋아하지만 정작 먹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사람들이 한국 요리에 호기심을 갖더라도, 바로 집에서 요리하기란 힘들이라 일단 한식당을 통해 맛을 보여줘야 하는데 (최소한 독일에선) 그게 부족하다"고 했다. 이들은 '김밥'에 대해선 즉각 호평하면서도 집에선 쉽게 해 먹기 힘든 음식이라고 입맛을 다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