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표기도 ‘RAMYUN’ 고집…신라면 분식 팝업 잇단 러브콜

대한민국 라면의 대표주자 농심이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아누가(Anuga) 2025’에 올해 처음 등장했다. 국내 판매 1위 라면인 ‘신라면’을 앞세워 K-라면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겠다는 포부다. 이번 아누가에서 한국 대표 발효식품인 김치와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볶음면을 접목, ‘단짠(달고 짠맛)’에 방점을 둔 신제품을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용철 농심 영업부문 부사장을 5일(현지시간) 독일 쾰른 아누가 농심 부스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저희 같은 식품기업은 ITㆍ전자 대기업과 달리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신라면의 글로벌 브랜드 슬로건을 ‘신(SHIN, Spicy Happiness In Noodles)’으로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주력 제품으로 신라면을 내세웠지만, 제품 자체의 특성보다는 ‘매콤한 라면을 통해 힘들 때 스트레스를 풀고 행복을 얻는다’는 감성적 브랜딩을 강조한 것이다.
신라면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검증된 흥행 제품이지만, 농심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있다. 보다 많은 해외 시장 확보를 위해 수출용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농심은 이번 아누가에서 신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처음 선보였다. 조 부사장은 “유럽에서도 한국 고유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그 중 하나가 김치”라며 “발효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 이를 반영한 김치볶음면이 통할 것이라 여겨 신제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김치볶음면은 내년 중 상용화 예정이다.
신라면으로 전세계를 울린 농심은 최근 새삼 핫해진 ‘K푸드 기업’으로 각인되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과의 컬래버레이션(컬래버) 덕분이다. 신라면은 일명 ‘루미 라면’으로 불릴 정도로 젊은 층의 관심을 받고 있다. 조 부사장은 “케데헌과의 컬래버를 통해 브랜드가 더 젊어지고 신선해졌다는 평가”라며 “미국이나 유럽 측에 케데헌 컬래버 신라면 판매가 본격화되면 매출 결과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농심의 고집스러운 라면 영어 표기법도 새삼 화제다. 경쟁사들이 일본식 표현인 RAMEN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농심이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RAMYUN을 사용했고, 이를 케데헌도 극중에 차용했다. 조 부사장은 “한국식 라면을 만들자는 선대 회장님(신춘호 농심 창립자)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내 기업들도 저마다 경영 전략이 있을테니 (영어 표기법을) 동참하자고 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아무래도 RAMEN이 더 많이 검색되니, 저희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입맛을 다셨다.
농심은 아누가 2025 참가를 기점으로 세계 각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마케팅 사업 ‘신라면 분식 팝업’을 더욱 키워갈 계획이다. 조 부사장은 “전세계에서 신라면 분식 팝업을 하고 싶다는 요청이 오고 있다”며 “조금 전에도 이집트와 레바논 등에서 문의가 왔다. 너무 반가운 일”라고 웃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