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장관 “폭동 대비 차원의 행정조치일 뿐 불법 지시 아냐” 반박
다음 주 초 심문 예정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특검은 9일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 당시 법무부 수장으로서 이를 제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일부 조치에 관여했다는 판단이다.
박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호출한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회의와 이튿날 해제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인권보호와 법질서 유지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다른 국무위원보다 불법 계엄에 제동을 걸 의무가 더 컸다고 보고 있다. 정부조직법상 법무부는 계엄 주무 부처는 아니지만, 검찰·교정·출입국·인권옹호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박 전 장관은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해 제지할 수 없었다”며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특검은 그의 반대 의견이 형식적이었거나 실질적으로 없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단순히 계엄을 방조한 것을 넘어 선포 직후 법무부 간부회의를 소집해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회의에는 실·국장 등 10여 명이 참석했으며 특검은 박 전 장관이 합수부 가동을 염두에 두고 인력 차출을 준비시킨 것으로 의심한다. 그는 또 계엄 선포 당일 밤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세 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특검은 이 과정에서 합수부 파견 관련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박 전 장관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 담당 인력을 대기시키고, 교정본부에는 정치인 등 주요 인사를 수용할 공간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실제로 계엄 당일 밤 출입국규제팀이 법무부 청사로 출근했고 교정본부 단체대화방에서는 ‘비상대기’ 지시가 내려진 정황도 확인됐다.
박 전 장관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계엄 직후 열린 간부회의가 단순히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으며, ‘검사 파견 검토’ 역시 합수부가 실제로 꾸려질 경우 인력 수요를 살펴보라는 원론적 지시였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을 점검하라고 한 것도 폭동 등 비상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입장이다. 출입국본부 관련 지시 역시 공항 혼잡 등 계엄 상황에 따른 행정적 준비였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지난달 24일 박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뒤, 관련 물증과 진술을 보강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이 발부되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등 윤 전 대통령 최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반면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내란 공모’ 수사 전반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특검은 8월 한덕수 전 국무총장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법적 평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한 바 있다. 박 전 장관은 현재 미체포 상태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다음 주 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