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가 2023년 뱅크런 사태 이후 전면 혁신을 약속했지만, 부실 경영과 내부통제 실패를 해소하는 방식은 여전히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실금고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새마을금고 합병 내역’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3년간 전국에서 32개 금고가 합병됐다. 이 과정에서 2조8714억 원의 여신과 3조7980억 원의 수신이 이관됐다.
32곳 가운데 자율합병은 4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28곳은 부실에 따른 합병이었다. 부실금고 16곳은 합병 직전 분기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0% 이하인 자본잠식 상태였으며, 일부 금고는 서류 조작으로 경영상태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다. 14곳의 대출 연체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최고 36.33%에 달했다.
임직원 비위도 잇따랐다. 12개 금고에서 횡령, 사기, 불법대출, 문서위조 등 범죄가 적발돼 합병 직전 제재를 받았고, 관련자 상당수가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일부 금고는 자체 제재나 형사고발 이전에 합병이 먼저 진행됐다.
현행 새마을금고 합병업무 지침에 따르면 중앙회장의 합병 권고를 받은 금고는 7일 이내 공고하고 6개월 안에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실제 합병 절차는 불투명했다. 최근 3년간 피합병된 32개 금고 중 10곳은 피합병총회 공고를 금고 건물 게시판에만 부착했다. 고객이 직접 방문하지 않는 한 합병 사실을 알기 어렵다.
피합병총회 참여율도 저조했다. 평균 참석률은 4.8%에 불과했고 직장금고 5곳을 제외하면 2%대에 머물렀다. 합병결과 공고 역시 32곳 중 23곳이 건물 게시판 부착 방식으로만 이뤄졌다.
실제로 올해 7월 합병된 한국인삼공사원주공장 새마을금고의 한 회원은 “임시총회가 열린다는 통보를 받고 참석했지만, 현장에서야 합병총회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금고는 정기검사 과정에서 직원의 횡령과 재무제표 조작이 드러났고, 자본잠식 상태로 확인되자 합병이 추진됐다.
합병 후 개인정보 이전 통지를 통해서야 사실을 알게 되는 비회원(비조합원) 고객은 더욱 사각지대에 있다. 지난해 기준 새마을금고 전체 여신의 72%(131조5944억 원), 수신의 36%(92조5140억 원)가 비회원 거래에서 발생한 만큼 고객 보호를 위한 별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마을금고 합병업무 지침에는 고객 안내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 반면 합병으로 퇴임하는 임원에게 지급되는 ‘특별퇴임공로금’과 ‘특별퇴임기념품’ 조항은 상세히 마련돼 있었다. 부실로 합병되는 금고의 임원이라도 사고 당사자가 아닌 경우 예외 없이 적용됐다.
허영 의원은 “새마을금고가 건전성 부실과 내부통제 문제를 가리기에 급급해 정작 고객에 대한 배려는 미흡하다”며 “합병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회원·고객 모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